▲ 안준환(언론홍보학과 1)

사당오락(四當五落), 얼핏 들어서는 무슨 게임이름인가 싶기도 한 이 단어는 ‘네 시간 자면 대학 입시에 성공하고 다섯 시간 자면 떨어진다’의 뜻을 가진 말이다.
 
그리고 2013년, 우리 사회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사당오락을 넘은 ‘삼당사락(三當四落), 세 시간을 자면 성공하고 네 시간을 자면 실패한다’고 압박을 주고 있다. 잠이 많은 나는 다섯 시간을 자는 것도 서러운데 세 시간을 자야 성공한다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싶다.
 
며칠 전 신문에서 ‘초등학교 6학년 김OO양의 방학스케줄’이란 기사를 읽었다. 오전 6시, 눈을 뜸과 동시에 윤OO 영어 강습 시작, 밤 12시에 논술 대비 독서를 하며 잠자리에 드는 김양의 시간표는 가히 ‘살인적’이라 표현해야 옳을 듯 했다. 아이의 어머니는 하루에 6시간 이상을 절대 재우지 않는다고 자랑스러워하는데 소름이 돋았다.
 
그 외에도 인터넷이나 TV를 잠깐만 둘러보아도 ‘잠’을 줄여야 성공한다고 떠들어 대는 광고와 기사들. 내 어린 시절에는 아무런 걱정 없이 TV에서 나오는 로봇들을 보며 즐거워했는데, 어느새 사회는 초등학생에게도 잠을 줄이라 권하고 있다.
 
비단 초등학생에게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라 중학생에겐 성공적인 고입을, 고등학생에게는 성공적인 대학 입시를 요구한다. 대학생에겐 성공적인 취업을, 직장인에겐 성공적인 직장 생활을 요구하며 중년에게는 성공적인 노후대비와 자녀들을 위한 보험을 마련하라고 권한다. 그리고 그 뒤를 매섭게 쫓아오는 ‘잠을 줄여야 한다’는 말. 우리는 과연 언제쯤 잠을 잘 수 있을까?
 
시계바늘을 잠시 뒤로 돌려보면, 과거 서양이나 우리나라에 가혹한 형벌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뭐니 뭐니 해도 ‘잠’을 못 자게 하는 형벌이 수많은 형벌 중 당연 으뜸이라 칭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국민들에게 형벌을 내리고 있는 것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잠을 편하게 자고자 우리 인간은 열심히 살아가는데 그 이유로 잠을 못자고 있는 상황이다.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의 주인공 파홉에게 결국 필요한건 그가 묻힐 6피트의 땅이었다.” 어느 유명 만화가의 말이다.  많은 것을 욕심내어 한 번에 취하려 한들, 우리는 결국 자그마한 땅 몇 평과 함께 간다. 나는 우리 사회가 이제 다시 ‘잠’에 들어갈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잠의 사전적 의미를 잠시 빌려오면 ‘눈이 감긴 채 의식 활동이 쉬는 상태’, ‘생물이 깨어있을때 손상된 부분을 재생하고자 이루는 행위’ 등이 있다.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우리의 손상된 마음과 의식을 모두 쉬도록 하자.
 
닿을 듯 닿지 않는 오아시스를 향해 달려온 그대도, 받아쓰기 시험 100점을 위해 달려온 꼬마아이도, A+ 학점을 위해 달리는 우리 대학생들도 잠시만 쉬어가자. 요즘 한창 핫이슈로 떠오르는 노래 제목이 ‘24시간이 모자라’ 인 걸 보면 우리 사회에 필요한 건 결국 몇 시간의 달콤한 수면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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