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벽 지음『명강의 노하우&노와이』해냄출판사

오늘도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좋을지를 생각하며 컴퓨터 앞에 앉는다. 돌이켜 보면 단 한 번도 강의를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교육을 받아 본적도 없이 대학 교단에 섰다. 이제는 가물가물한 옛 학창시절의 선생님들을 생각하면서...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제주대학교 기초교육원이 제공하는 다양한 교수법 특강이 가뭄에 단비인 양 나의 마음에 와 닿았다. 교수법 특강의 공통점은 교수가 아는 것을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강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강을 들으면 들을수록 옳은 이야기로 느껴졌고, 때로는 나의 강의에 적용해 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왠지 모를 아쉬움과 어수선함이 나를 짓눌렀다. 이즈음에 접한 책이 ‘조벽 교수의 명강의 노하우 & 노와이’였다.
 
사실 교수법과 관련된 책은 많다. 그러나 이 책의 독특함은 교수법에 관한 이론서라기보다는 실습서라고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저자는 한국 교육제도의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이 제도들을 수정하기 위하여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앞으로도 쉽게 고치기 힘들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교수들의 강의가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강조한다.
 
저자인 조벽 교수가 주장하는 교수법에서의 가장 주안점은 교수자 입장이 아닌 학생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우선은 다양한 유형의 학생이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며,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학습 환경은 물론 질문의 수준이나 수위를 너무 높거나 낮게 잡아서도 안 됨을 지적한다. 특히 학생들의 평가를 위한 시험 점수에서도 수시고사,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동일한 비중으로 둘 것이 아니라 두 가지 계산법을 통하여 학생에게 유리한 점수가 적용되게 한다는 점이다.
 
교수법에서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설계를 잘하는 것이다. 이 책은 강단에 서기전에 준비해야 할 것을 가장 먼저 소개한다. 그리고 학기 초반, 중반, 후반으로 나누어 어떻게 강의를 설계하고 완성해 나가야 하는 가를 저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일목요연하게 서술하고 있다.
 
또한 시험은 학생들을 평가하기 위한 도구이면서 학생을 가르치는 도구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시험지를 학생들에게 다시 돌려주는 것은 물론 개개인의 학생들에게 무엇이 부족한가에 관한 교수자의 의견을 첨부함으로써 교육목표의 명확화, 학습 동기부여 및 피드백은 물론 교수자 자신의 강의 피드백를 제공하고 받는데 활용되어야 한다고 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한국교육의 문제점은 산업화 시대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획일적 체제 순응형 교육이 여전히 최고의 교육이라고 본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을 교육의 산물로 인식하는 발상에서 벗어날 것을 권유한다. 즉 현대사회는 산업화에서 정보화시대로 변화되었기 때문에 새 시대의 맞는 교수법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먼저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중심으로 효과적인 강의 기술을 터득하는 것이며, 둘째로는 왜곡된 정보화 개념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육 개혁의 핵심요소인 학생, 교육내용, 교육기관의 구조 및 행정 측면에서의 개혁방안을 제시한다. 교육을 학생 중심, 즉 학생의 자아실현으로 옮겨야 하며, 교육내용은 두뇌의 여러 영역을 고루 발달시키되, 특히 창의력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며, 교육기관은 지식과 지식인의 열린 유통구조로 재조정되어야 하며, 행정은 새 시대에 걸맞은 행정 기술로 이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양교육의 방향 설정이 대학마다 핵심화두로 떠올라 있다. 앞으로 우리 제주대학교의 인재상과 교육목표에 걸 맞는 교육방향의 설정을 위해 대학 구성원이 다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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