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팽동국(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
대한민국의 산업 변천사를 보면 1970년대에는 조선/자동차 산업, 1980년대에는 원자력산업, 1990년대에는 정보/통신 산업, 2000년대에는 생명/유전공학 산업으로 변해왔다. 결국 이러한 투자의 결과로 현재 조선 산업 1위, IT강국, 원자력 수출 등의 성과를 이루어 경제대국 10위권에 달하는 기적적인 경제성장을 이뤄 왔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우리나라 산업의 과거 변천사를 통해서 현재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그렇다면 현재 생명/유전공학 산업을 이을 21세기 산업은 무엇일까?
 
21세기 산업은 해양/우주시대이다. 이런 면에서 현 정부는 해양수산부를 부활시켰다. 또한 세계 5위 해양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미래 ‘해양전략기획단’을 출범시켰다. 2030년에는 해양수산분야의 생산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11.3%로 높이겠다고 선언을 했다. 2012년 GDP가 1.13조 USD이니 이를 기준으로 계산을 해도 2030년에는 해양수산 분야의 생산규모가 140조원 이상의 생산규모가 될 예정이다. 결국은 이러한 해양수산 분야의 생산규모는 필연적으로 일자리 창출이 유도될 수 밖에 없다.
 
미래학자인 『더 퓨처리스트』 편집장인 토마스 프레이는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20억 개의 일자리가 소멸하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2013년에 예측하였는데 이는 현재 일자리의 50%이상이 없어지고 새로운 직업이 생기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어떤 분야의 직업들이 생기게 될까? 첨단로봇, 게놈학, 에너지 저장 및 신재생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의 직업이 생길 것을 예측하는데 그 중에는 아직까지도 충분히 탐사되지 않은 해양 분야의 일자리가 많이 창출될 것이다. 지금도 해양수산분야에는 일자리가 새롭게 생기고 있으며 향후 더 많은 해양관련 직업이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해양수산 분야 중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 어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 센서모니터링 실험 송수신 과정.

이런 고민 가운데 1998년에 해양계측공학과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학과가 신설됐다. 이어서 두뇌한국(Brain Korea) 사업을 하면서 1999년 이후부터 해양학부 해양산업공학전공으로 통합되었다가 2009년에 다시 해양시스템공학과로 분리 신설되며 미래 신성장동력 분야인 선박/해양시스템의 핵심기술 개발과 전문인력양성을 목표로 했다. 해양과학기술의 핵심기술인 해양시스템공학은 해양을 탐사하기 위한 선박이나 잠수정 그리고 해양을 개발하기 위한 해양구조물이나 해양장비 등을 설계하고 이들을 통신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복합적이며 융합적인 공학분야이다. 따라서 본 학과는 조선공학, 해양공학, 음향학, 통신공학, 전자공학을 전공한 5명의 교수진으로 구성됐다. 이러한 융합적인 전공 구성에 대해서는 전통적인 조선학과나 해양학과에서도 그 필요성이나 장래성에 대한 많은 인정을 받고 있으며 그 예로 2009년도에 카이스트에서 대학원 과정으로 해양시스템공학과를 설립하려고 할 때 본 학과의 교수진들을 초청해서 학과 커리큘럼에 대해서 자문을 받고 교류를 했다.
 
제주대학교 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진들은 개인의 전공분야에서 성실한 연구자로서 충실하게 연구하여 양질의 논문들을 발표하고 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연구 분야를 융합하여 해양 혹은 조선 산업의 새로운 연구분야로 접목하여 복합적이고 융합적인 연구에 대해서 고민해 왔다. 오랜 기간 동안 토의하고 고민한 결실로 선체통신망이라는 분야를 새롭게 개척하고 있으며, 세계최초로 이러한 개념으로 3개의 특허를 획득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얻은 또 하나의 결실은 2010년에 제주대학 연구부문 최우수학과로 2011년에는 종합 우수학과로 선정된 바가 있다.

◇선체통신망이란
 
여기에서 선체통신망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를 하자면 다음과 같다. IT 강국으로서 조선산업에 IT 산업을 접목하여 부가가치를 높이고자 선박의 유무선 네트워크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선박은 주로 철판과 철 구조물로 이뤄져 있으며 전자파는 표피 효과로 인해서 철판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전자파 기반으로 선박의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전파통신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음파를 이용하여 선체의 철판이나 철 구조물을 매질로 하여 전달되는 음파의 속도에 따라 신호를 전달하고, 반사, 간섭, 회절, 산란 등의 효과를 고려하여 선박구조물을 이용한 통신망을 구성하는 ‘선체통신망(SBAN: Ship Board Area Network)’의 개념이 개발됐다.
 
선체의 철판에서는 판파(Lamb wave)로 빔이나 지지대에서는 굽힘파(Flexural wave)나 종파 혹은 횡파로 전달되는 복잡하고 다양한 선체를 매질로 정보를 전달하되 음파-음파 선체통신망과 음파-기존의 함상망(Shipboard Network)이 결합된 통신망으로 구성될 수 있다. 최근에 대우조선해양 중앙연구소 정보기술팀과 협력연구를 통해서 전파나 함상망이 도달할 수 없는 완전한 통신 음영구역에서 선체 구조물을 통해 통신을 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실선 실험을 통해 본 선체통신망 개념을 현실화 했다. 또한 53kHz와 63kHz의 단일 음향 트랜스듀서를 이용하여 선체 외판 구조물을 통해서 100m 거리까지 2kbps 까지 문자나 영상 자료를 송수신 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아직은 최적화된 시스템이 아니라서 통신 거리와 통신 속도에도 한계가 있지만 향후 최적화된 시스템과 다중 음향 트랜스듀서를 이용하면 통신 성능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실험 결과만으로도 조선소의 야드에서 블록단위의 밀폐구역 작업에 안전관리 및 환경 모니터링을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산업재해도 줄일 수 있다.
 
이 외에도 국방과학 연구소에서 위탁 받은 수중소음 과제도 진행 중에 있으며, 이러한 수중소음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대학원 학생들은 세 분야의 전문 교수들이 함께 공동으로 지도하며 지식을 배워나가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전공의 교수들이 공동으로 지도하여 연구하며 다학제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과나 기간이 그리 많지 않으며 이러한 복합적인 융합 교육과 연구를 병행하고 있는 것이 또한 해양시스템공학의 매우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실습위주의 맞춤형 교육 개발
 
더불어 학부 교육에 있어서도 교수진들은 끊임없이 각 학생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보다 적합한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수법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실습 위주의 교육을 많이 하고 있다. 거의 모든 교수들이 가르치는 과목마다 실습과 프로젝트들이 있어서 일 년에 한 번 해양시스템공학과 학술제를 시행하고 있고, 올해부터는 매 학기 하루 날을 정해서 수업에서 수행한 프로젝트 발표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렇다 보니 학술대회나 랩뷰 시스템 경연 등에서 종종 큰 상을 받기도 한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수업시간에 프로젝트에서 시작되는 작품들이다. 이런 실습 위주의 교육과 훈련을 충실하고 성실하게 받은 학생들은 교수진들이 중소기업에 추천을 해 주고 있다. 수도권의 한 중견 회사에는 4명의 졸업생들이 취직을 했으며 매년 학생들을 더 많이 추천해 달라고 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 10명의 졸업생들 중에도 3명이 교수진들이 추천을 해서 전망 있는 중소기업에 취직을 했으며 더 많은 일자리 추천이 들어 왔는데도 성실하게 교육과 훈련에 임한 학생들이 적어서 아쉽게도 좋은 추천 자리임에도 보낼 학생들이 없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올해부터는 1학년 학생들부터 학년 별로 분담해서 책임교수를 선정해서 밀착 상담을 하고 그 중에서 수업과 수행한 프로젝트 등에서 성실하고 실력을 갖춘 검증된 학생들을 학부 실험실로 편입해서 언제든지 인재 추천에 응할 수 있도록 교육ㆍ훈련하는 시스템을 갖추어 시행하고자 준비하고 있다.
 
제주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기반으로 실습선 아라호와 해양조사선 제라호를 보유ㆍ운행하고 있는 제주대학 해양과학대학의  실습환경을 활용하여 미래 신성장 동력 산업의 주역이 되고자 하는 해양시스템공학과를 통해서 인재들이 양성되어 조선강국인 대한민국이 더 나아가 해양수산 강국의 역할을 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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