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언론홍보학과 1)

얼마전 들렀던 은행에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지어 서있는 것을 봤다. 그들은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고 온 것이었다. 대부분은 카드 재발급만 받고 가되, 돌아서서 직원들에게 욕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 역시 금융권 정보유출의 피해자로서 화를 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내 통장에 돈도 없는데 뭘’하는 생각에 쉽고 가볍게 넘기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새학기가 된 지 얼마 안 돼 또 통신사의 정보유출이 발생했다. KT에 이어 타 회사인 SKT와 LG유플러스까지 유출됐다. 최근 들어 핸드폰에 스팸메시지가 자주 오곤 했다. 이 문제가 정보유출 때문이라 생각하니 무척 화가났다. 그러나 더 이해가 안갔던 점은 정보유출 피해를 확인하려 들어간 통신사 홈페이지의 개인정보 요구였다. 한 번 신뢰를 잃은 회사가 개인정보를 또 다시 요구한다는 점에 기가 막혔다.
 
나는 개인정보로 가입한 포털 사이트가 10군데가 넘는다. 또한 휴대폰을 사용하며 보험도 가입한 상태다. 내 정보는 이미 많은 기업에 맡겨진 셈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개인정보 유출이란 사태가 공공연하게 벌어진다면 내 정보를 믿고 맡길 수 있을까?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자는 늘어가는데 정부기관이나 금융기관 아무도 무한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보를 유출시킨 기업은 죄송하다고 고개만 숙이고 있다. 단순히 뉴스 헤드라인에 사과문을 적어놨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어떠한 피해구제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기에 기업은 이러한 사태를 안일하게 넘어가는 것일 수도 있겠다. 외국에서는 기업에서 정보를 빼돌리거나 유출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영업 정지는 기본이고, 관련자 전원 사법처리라는 강력한 제재가 뒤따른다. 개인정보를 그만큼 국가기관이 소중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IT강국이라고 자랑하면서도 여전히 개인정보가 일부 개인이나 해킹에 의해 빼돌려져도 ‘솜방망이’처벌에 그치고 있다.
 
이런 사태를 우리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우리는 종종 어떤 사이트를 가입하거나 통장을 만들 때에 항상 보는 것이 있다. 개인정보수집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작은 글씨로 빼곡하게 나와 있는 조항들은 읽어도 어렵고 이해도 잘 안되기 때문에 그대로 넘겨 버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더욱 못마땅한 것은 이 내용에 대해 동의를 해야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에게 강제적으로 정보를 요구하는 셈이다. 아직까지도 정보수집 동의 의무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동의를 하지 않더라도 가입이 가능해야 한다. 또한 우리에게는 개인 정보가 어디에 쓰이는지 마땅히 알 권리가 있다.
 
기업은 정보를 수집할 때에 목적과 필요성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정부는 유출된 정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미 주민등록번호는 우리의 개인정보로서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는 편리한 세상에 사는 만큼 위험요소가 항상 뒤따르는 세상에 산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 정보는 나를 대표하는 재산이자 옷이다. 그런 소중한 것을 남에게 그냥 줘버리는 것은 있을 수 없지 않은가. 정부와 기업의 훌륭한 대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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