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명(사학과 2)

지난 3월 6일, 밤새 TV앞을 떠나지 못하게 했던 소치 동계올림픽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런데 그 날, 피겨선수 김연아의 은메달보다 더 흥미로운 기사 하나가 올라왔다. 바로 김연아 선수의 열애설 기사다. 이미 온 국민의 사랑받는 만인의 연인 김연아가 김원중 아이스하키 선수와 열애를 하고 있었다는 기사였다.
 
기사가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연아 측은 4년째 열애 중임을 순순히 인정했다. 이에 ‘김연아가 아깝다.’, ‘안 어울린다’라는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경우 ‘오래 사귀었으면 좋겠다’, ‘예쁘게 사귀었으면 좋겠다’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문제가 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한 매체의 취재 방식이다. 인터넷신문‘디스패치’는 김연아의 열애설을 담기 위해 하루 종일 김연아를 따라 다녔다고 한다. 매번 연예인의 열애사실을 취재하고 기사화 하던 디스패치의 취재 방식은 항상 문제가 됐으나, 실제로 열애설 당사자가 법적 대응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보도 대상이 세계적 피겨선수 김연아라는 것도 사회적 논란이 됐다. 김연아의 경우 공인이 아닌 세계적인 운동선수인 셀러브리티(유명인물)일 뿐이다. 또한 공인이라 해도 공적 부분이 아닌 사생활을 취재하기 위해 김연아 선수의 사생활을 밀착취재하는 것이 문제가 됐다.
 
이에 반론 입장도 있다.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사람들은 대중의 관심과 사랑으로 그 자리까지 왔다. 그것들로 많은 것을 누리고 있기도 하다. 그렇기에 대중이 궁금해 하는 것들은 언론이 기사화하더라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나는 이 사례를 보고 교양과목 ‘언론과 사회’에서 배운 프라이버시권과 알권리의 충돌이 생각났다. 국민의 알권리도 중요하지만 보도 대상의 사생활, 프라이버시권을 함부로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인터넷언론 디스패치의 입장보다 김연아 선수의 입장이 더욱 이해가 된다. 디스패치는 근 6개월 간 김연아 선수의 생활을 소리 없이 몰래 지켜봐오고 감시한 것은 물론, 김연아 본인의 입장을 들어보기도 전에 기사화 해버린 것이다.
 
유명인에게도 사생활은 있어야 한다. 항상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잠시 숨을 쉴 공간은 필요하다. 사생활 없이 항상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사는 삶은 정말 ‘나의 삶’일까, ‘대중들의 삶’일까? 또한 대중의 알권리에 대한 내 생각도 디스패치의 생각과는 좀 다르다. 정말 우리에게 주어진 알 권리란 정치적, 사회적 문제에 관한 이면과 속사정을 언론이 낱낱이 파헤쳐 국민들이 팩트를 알아야 한다는 명제이지, 다른 사람의 사생활과 삶에 대한 알권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나 역시 디스패치에 ‘김연아 열애’라는 기사가 올라오자 그것을 클릭하고 김연아의 열애소식에 놀라워했다. 이처럼 인간의 궁금증은 끝이 없다. 김연아의 팬으로서 항상 김연아가 무슨 일들을 하고 있는지, 연애는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이 김연아에게는 큰 부담일 것이다. 진정한 언론은 대중들의 입맛만 생각하는 기사를 쓰기 보단 보도대상의 윤리적 부분까지 생각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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