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옷은 달라도 우리는 하나

겉으로는 각기 다르게 살고 있지만 결국은 무엇인가 어떤 하나의 모습을 지향해서 살아가고 있다고 느낄 때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작가의 여행기 또는 문명 탐험 글로서 현길언의 ‘홍콩에서 예루살렘까지’ (푸른사상, 2003)는 최근 읽은 책 가운데 흥미를 끄는 작품이었다. 우선 관심을 끈 것은 홍콩, 하와이, 몽골, 이르크츠크, 미국 서부, 오키나와, 북구주, 로마, 이집트, 이스라엘을 여행하면서 작가가 자신의 눈으로 본 그 곳의 풍경과 사람들, 자연과 문화 체험은 단순한 관광 및 유적지 소개의 차원을 넘어서 마치 여행자 소설 같은 구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작가는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와 문명이 옷은 달리 입었어도 보편적 공통성이 있다는 점을 스스로 체득하였으며 세상 사람들이 “겉으로는 각기 다르게 살고 있지만 결국은 무엇인가 어떤 하나의 모습을 지향해서 살아가고 있다고 느낄 때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쓰고 있다. 이러한 작가의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여행이나 새로운 문화 체험은 오히려 서로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얼마나 다르게 그들의 문화와 문명을 표현하고 있는가를 경험하는 일,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관심과 흥미를 유발시킨다.

 현길언 선생은 그의 여행기에서 “홍콩의 탄생은 서구 열강이 동방세계를 지배하기 시작하던 격동기 역사의 부산물이지만”, 홍콩이 영국으로부터 중국에 1997년 반환됨으로써 공산주의 정치체제 하에서 새로운 자본주의 경제 체제 모델로 활용되고 있으며, 서구와 동양의 문화가 만나서 충돌 없이 새로운 ‘제3의 문화’를 창조해낼 수 있음을 시사하는 예가 바로 홍콩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작가의 시각은 참 흥미로운 점이다.

 이어서 원래 유목민족인 몽골인들의 정착생활 및 현재까지도 일부 이어지는 유목생활, 라마교, 몽골인의 민속과 장례 관습, 천막집 게르와 음식, 그들의 낙천적 삶을 언급하고 나서, 다음으로 시베리아의 도시들 가운데 하나인 이르크츠크와 세계에서 가장 맑은 물이라는 바이칼 호수와 호수에 얽힌 전설, 바이칼의 한 지류인 앙카라강등을 소개하고는, 혼돈과 질서의 나라 미국의 풍경을 서부 사막, L.A, 모자베 사막, 네바다주의 도박도시들 라스베가스와 라후린과 웅대한 그랜드케년을 중심으로 서술한다. 다음으로 일본 오키나와의 아픈 역사와 민속, 오키나와 위안소 및 당시 위안부의 생활상을 아주 이해하기 쉽게 서술하고 있으며, 과거 및 현재 일본의 시모노세키와 한국 사람들의 무역관계 및 북구주의 모지코를 소개하고 있다. 

 모지코에서 작가는 옛 풍물을 전해주는 유적들과 그들의 한가로운 모습이 간몽해협의 거친 물결과 함께 동양의 제패를 꿈꾸던 일본의 영화와 그 희생이 된 한국의 모습을 동시에 생각한다. 이어 로마와 바티칸, 콜로세움, 광장과 카타콤바, 로마 황제 아우렐리우스와 교황 클레멘스 12세가 지은 트레비 분수, 나폴리와 폼페이를 지나 이집트와 시나이 반도, 예루살렘으로 이야기를 옮긴다. 마지막 여행지 예루살렘은 이슬람교, 기독교와 유태교의 성전으로 각기 종교가 중요하게 여기는 순례지이자 전쟁과 평화가 공존하는 땅임을 실감하면서 현길언 선생의 여행소설 혹은 문명탐방기는 끝이 난다.

 이 책의 가장 아쉬운 점은, 두 세 페이지 건너 오자 및 토씨가 틀린 채 출판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독자를 크게 불편하게 만들었으며 출판사의 실수를 그냥 너그럽게 받아들이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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