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적인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잘잘못은 헌법재판소에서 결정할 것이다. 그러나 국회는 국민의 여론을 무시하고 정치적인 계산 하에 탄핵을 결정하였다. 야당은 “국민의 뜻을 받들어” 또는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라며 고뇌에 찬 결단이라며 오만을 떨었다.

 이어서 여론을 무시했다는 지적에 대해 “잠시후면 국민들이 우리의 충정을 알아줄 것”이라며 ‘길어봐야 한 달 안에 여론은 안정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탄핵결정의 과정에서 바로 여기가 가장 잘못된 부분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국민에 대한 관념은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기 때문이다. ‘이번 탄핵결정으로 우리는 정치적인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고, 여론을 무시했다는 국민의 여론은 곧 사그라질 것이다.’라는 것이다. 부연설명하면, ‘우리 국민은 지금까지, 약간의 시간만 지나면 모든 것을 망각할 만큼 멍청한 경향이 있으며, 불 위에 올리면 넘어질 것처럼 끓지만 불을 끄면 잠시 후 조용해지는 알루미늄 냄비 같은 얄팍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얼마가지 않아 곧 까맣게 잊을 것이다’라는 오만(傲慢)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이 오만이 정말 기분 나쁘다.

 그들의 이러한 오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중국 한(漢)나라시대의 《한시외전(韓詩外傳)》〈권팔(卷八)〉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춘추 시대, 제(齊)나라 장공(莊公:B.C.794~731)이 수레를 타고 사냥터로 가던 도중 웬 벌레 한 마리가 앞발을 ‘도끼처럼 휘두르며’ 수레바퀴를 칠 듯이 덤벼드는 것을 보았다.

 “허, 맹랑한 놈이군. 저건 무슨 벌레인고?” 장공이 묻자 신하가 대답했다. “사마귀라는 벌레이옵니다. 앞으로 나아갈 줄만 알지 물러설 줄은 모르는 놈이 온데, 제 힘도 생각지 않고 강적에게 마구 덤벼드는 버릇이 있사옵니다.”

 여기에서 출전하는 고사성어가 바로 당랑거철(螳螂拒轍)이며, 그 의미는 ‘사마귀가 수레바퀴에 달려들다’이며 즉, ‘자신의 작은 힘을 믿고서 무모하게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당랑(螳螂)은 우리말로 ‘사마귀’, 또는 ‘버마재비’라고 하며, 생김새가 메뚜기와 비슷하나 좀 더 길고, 톱날 같이 생긴 기다란 맨 앞의 두 다리로 메뚜기나 여타 곤충 따위를 잡아먹는 숲 속 곤충들의 제왕이다.

 오늘날 상당수의 국회의원은 지역정서에 의지하고 있다. 선거 때가 되면 특정정당의 말뚝만 세워도 당선된다는 그 무시무시한 지역감정에만 의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특정지역의 공천은 바로 당선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들이 충성하고 무서워하는 것은 공천권자(公薦權者)일 수밖에 없으며 국민은 눈 밖에 있는 것이다. 국민에 대한 봉사나 국가에 대한 헌신은 구호일 뿐이다. 그들의 국민에 대한 오만의 근원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숲 속의 제왕 사마귀처럼 한 지역을 횡행(橫行)하며 거드름을 떨다가 선거철이 되면 공천권자와 지역감정에 충실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작금 탄핵철회를 외치는 일부 야당의원들이 서울경기지역 출신들이고, 이를 탄핵이 끝까지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거의 특정지역 출신인 것이 그 명백한 증거이다.

 한갓 미물(微物)인 사마귀가 숲 속에서 휘두르던 앞발을 휘두르며 거대한 수레바퀴같은 국민의 정서에 달려들고 있는 것이다. 실로 엄청난 착각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야말로 한국정치의 가장 고약한 오만의 원천인 지역을 볼모로 하는 모든 정당들을 쓸어 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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