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훈 / 격투기 해설가

제주대학교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ㆍ제주의소리와 함께 국제화 시민의식을 고취시키고 미래지향적 마인드를 키워주기 위해 대학생 아카데미를 마련했습니다. 국내의 명강사를 초청해 매주 화요일 오후에 열리는 대학생 아카데미는 오는 6월 10일까지 모두 10개의 강좌와 프레젠테이션 경연대회, 현장체험 등의 다채로운 행사로 마련됩니다. 학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격투기 해설자가 되고 싶어서 2002년부터 모든 방송국에 서류를 냈지만 통과가 안 됐다. 스펙이 없었기 때문이다. 해설자가 되기 위해선 올림픽 금메달을 땄거나 챔피언 벨트가 있거나 현역 시절에 엄청난 업적을 이뤘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2007년에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인터넷에 재미있는 동영상을 올리다 보면 방송국에서 내 존재를 알게 될 거라 생각해서 ‘로우킥의 비밀’이란 동영상을 만들었다. 이 동영상이 인기를 끌었고,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한 방송국에서 가을 개편이 있는데 해설자 오디션을 보지 않겠냐고 했다. 결국 오디션을 봤고 합격 통보를 받았다.

◇작은 첫 방을 노려라
 
어떤 상황에서든지 포기하거나 좌절에 빠지지 말고 자신의 노력과 창의성을 보여주면 된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면 열정으로 극복해야 한다. 열정이 있는 사람은 누가 뭐라고 해도 그 분야에만 집중을 한다. 머리와 스펙은 뜨거운 관심과 열정, 꿈을 이기지 못한다. 스펙이란 단어를 사람에게 쓰는 게 비정상적인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 사람 개개인이 곧 스펙이다. 격투기에서도 팔 길이가 길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팔이 길면 좋듯이 스펙이 있으면 좋다. 하지만 팔이 짧은 사람은 격투기를 하지 못하고, 스펙이 모자라면 처음부터 실망하거나 포기하는게 옳은 것인가. 아니다. 꿈은 원래 장애물과 원플러스원(1+1)이다. ‘첫 방’을 강조하고 싶다. 격투기에 예를 들자면 어떻게든 시합에 나가서 한 번이라도 상대를 때려보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내가 몸을 어떻게 돌리고 어떻게 주먹을 날려야 하는지 알게 된다. 너무 큰 목표가 아닌 작은 목표를 세워 그 ‘첫 방’을 날려봤으면 좋겠다. 그럼 연쇄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 일어날 것이다.
 
냉철한 이성은 필요하다. 러시아의 격투기 선수 에밀리아넨코 표도르는 다른 헤비급 선수들 보다 키가 10cm 이상 작고, 몸무게도 30kg 이상 덜 나간다. 그런 그가 챔피언이 된 이유는 냉철한 이성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팔 길이가 긴 선수와 맞붙을 때는 스탠딩 대신 그라운드로, 몸무게가 거대한 선수와 맞설 때는 거구에 깔리면 안 되니 철저하게 스탠딩 공격을 택했다. 우리가 커다란 문제를 만났을 때 분노로 반응하는 데 그건 더 문제를 어렵게 만들 뿐이다. 차가운 이성으로 해결해야 한다. 표도르는 철저한 이성으로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 붙어도 연승했다.

◇인생은 자기만의 기술로 끝까지 싸우는 것

프로레슬러로 활동하며 하반신 마비를 겪었던 경험도 있다. 로프 반동을 하다가 장외 시멘트 바닥으로 떨어졌다. 손으로 다리를 만지는데 아무 느낌이 없었다. 의사 선생님이 목의 신경이 끊어진 것은 아니지만, 언제 펴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처음에 누워 있는 상태에서 화장실까지 기어가는 연습을 했다. 얼마 안 되는 거리를 걸어갈 수 있을 때까지 6개월 정도가 걸렸다. 그 다음엔 벽을 잡고 걸을 수 있을 때까지 또 6개월이 걸렸다. 처음부터 일어서려고 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단계별로 작은 승리를 반복했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작은 승리를 맛보는 게 중요하다. 인간이 가진 성취감의 탱크는 계속 커진다. 만약 누워있는 상태에서 바로 일어나려했다면 힘들었겠지만 화장실까지 기어가서 작은 승리를 맛보고, 다음엔 문까지 승리를 맛보고, 작은 승리를 반복하다보니 큰 승리를 만들 수 있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무술배우 이소룡의 성공 비결은 ‘아픔에 공감하는 것’이다. 주변 스턴트맨과 스텝들을 유난히 배려하고 아끼기로 유명했던 이소룡은 바로 그 태도 때문에 성룡과 같은 배우들이 그를 위해 기꺼이 위험한 상대역을 소화해줬다. 성룡이 없었다면 과연 이소룡이 단 네 편의 영화로 이렇게 전설적인 존재가 됐을까. 이소룡은 최고의 스펙을 갖고 있는 스타지만, 항상 주변 사람들의 아픔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필살기는 살아남기 위한 집약적 기술을 일컫는다. 지금은 달콤한 위로와 조언이 대세가 되는 시대여서 생존을 위해 필살기를 단련하는 것은 언뜻 무모해 보인다. 하지만 인생이란 ‘자기만의 링에서 자기만의 기술로 끝까지 싸우는 것’이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스스로 문제를 내고 풀어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타인을 겨냥하지 말고 스스로를 단련하는데 시간을 투자하라. 작은 것들부터 이뤄나가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 여러분의 미래가 곧 잘 보이지 않는 것은 미래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 눈이 부시기 때문이다. 혼자가지 말고 옆에 있는 이들과 손을 붙잡고 간다면 밝은 미래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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