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동아리 ‘퀴여움’ 가인준 승인도 못 받아
다양성 인정받아야 할 대학서도 혐오는 못 면해
서로의 존재 확인할 수 있는 커뮤니티 필요

성소수자 인권의 달 6월 - 사라진 대학 퀴어를 찾아서

퀴여움은 2021년 3월 31일 서귀포 중앙로터리에 길벗체가 트랜스젠더 버전으로 쓰인 현수막을 설치했다.
퀴여움은 2021년 3월 31일 서귀포 중앙로터리에 길벗체가 트랜스젠더 버전으로 쓰인 현수막을 설치했다.

현태씨와 나림다씨는 성 소수자를 포괄하는 단어인 ‘퀴어’와 ‘귀여움’을 합친 ‘퀴여움’, 즉 제주 권역 퀴어 커뮤니케이션 회원이자 조직운영위원회였다. 

퀴여움은 학내 정식 동아리로 인정받지 못했고, 재정적인 지원이 없어 운영이 힘들어지자 정회원들은 2022년 해체를 선언했다.

나림다씨는 “사실 동아리 가인준 승인 준비 당시, 명단을 제출하는 과정에서부터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최소한의 정보만을 밝히고 싶었던 그들과 달리 세부적인 정보를 요구했던 동아리연합회와 충돌이 그 이유다.

‘퀴여움’은 2018년 학내에서 활동하고자 했던 학생 동아리였고, 정식 가인준 등록 절차에 대표자 운영위원회 과정에서 과반수 반대로 부결되자 활동 부분에서 난관에 놓였다고 전했다. 투표할 때 기독교 동아리 학생들이 대다수였고, 종교 동아리 전원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활동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나림다씨는 “대표자운영위원회 당시 3개의 종교 동아리 측에서 계속 적대적인 질문을 쏟아내고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며 “이미 판을 짠 것처럼 느껴졌다”고 밝혔다.

퀴어들을 지킬 수 있는 것은 퀴어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그들은 더 나서서 그들을 보호하려 했지만,  정체성을 드러낸 후 받게 될 차별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었다.

현태씨는 “퀴어라는 존재가 굉장히 정치적일 수밖에 없고 차별이나 혐오의 목소리에 저항해야 살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 급박한 마음이 컸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는 해체를 원하지 않는다”며 “‘퀴어’들을 위한 안전한 사회가 형성되고, 신입 부원을 모아 원활한 모임이 진행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다시 동아리를 운영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퀴여움’은 활동 당시 제주 시청을 비롯한 길거리에 홍보용 현수막을 설치했다. ‘퀴어’를 향한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하기 위해 노력했고, 상영회나 작가 초청 등의 방법으로 끊임없이 부조리에 저항하고자 했다. 

그들은 퀴어를 혐오하는 사람들에 의해 현수막이 쉽게 훼손돼 심적으로 힘들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고도 전했다. 

또한 독서 모임처럼 소모임을 주최해 주기적으로 ‘퀴어들이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동시에 죽지 않고 끝까지 이겨내자’는 모토를 되새겼다고 말했다.

현태씨는 고교 시절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들었다. 사람들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느낀 그는 직접 ‘여고 퀴어 커뮤니티’를 개설해 각기 다른 고민을 하고 있던 퀴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유대감을 형성했다.

대학에서도 퀴어를 향한 노골적인 혐오는 그칠 줄 몰랐다. 나림다씨는 “2019년에 가까운 교수님께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모임에 가입해 반대 서명을 하시는 모습을 보고 크게 상처 받고 위축됐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퀴어이기 전에 학생으로서  인권을 존중받지 못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학생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대학에서 그들은 어떻게 나아가야할 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좁은 제주 땅에 더해 대학 분위기까지 어수선해지자 동아리 회원들은 ‘퀴어’로서 정체를 드러내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고, 신입 회원들은 대면 모임을 거부하거나 탈퇴했다.

그들은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차별을 당연하듯 표출하는 사람들에 힘들었다고 말했다.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당시 학생회관과 학교 곳곳에 추모 포스터를 붙여놓았지만, 아무렇지 않게 훼손돼있고 심지어 당시 동아리연합회에서 일방적으로 포스터를 철수했던 행동들이 너무나 속상하고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차별은 곳곳에서 다른 방식으로 표출됐다.

엎친데 덮친격 동아리 회원 모집은 더 어려워졌고, 개인에게 할당하는 업무량도 급격히 많아졌다. 졸업을 하거나 취업하는 등의 사유로 회원들은 하나둘 떠나갔고, 차기 운영진이 형성되지 않자 퀴여움은 해체를 결심했다. 동시에 마음의 안식처도 사라졌다 

공감과 지지를 받는 게 당연한 일이 아니었던 퀴여움 회원들은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해 위로를 받았고 동질감을 느꼈다. 나림다씨는 현재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들은 “처음에는 단순히 퀴어라는 사실만 가지고 축제에 참여했지만 우리들의 존재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고 전했다. 또한 같은 상황에 놓인 친구를 만들고, 나만 남들과 다른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 안도감을 얻기도 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퀴여움’은 “커뮤니티는 해체했지만 인권센터가 학내 주요 기관인만큼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학내 성소수자 인권에 진전이 생긴다면 앞으로 진행될 학내 행사에서 퀴어 관련 부스를 운영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 계속해서 학생들에게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알리고, 평등한 인식을 만들어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퀴여움’은 인스타그램 및 트위터 공식 계정으로 계속해서 문의를 받고 있다. 그들은 “퀴어로서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를 드러내는 것에 두려움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익숙함에 가려져있는 부당한 대우에 당당하게 맞서 싸우자는 그들의 결의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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