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육종 관련 치료법 연구… 생체금속 등 인공관절 사용에 관심

▲ 캐리커쳐=허용준 특별기자


남광우(의학과 정형외과 전공)교수를 만나기 위해 제주대병원을 찾았다. 병원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남 교수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정형외과 특성상 수술과 응급실을 들락거리는 일이 많다. 몸이 고단할 만도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눈동자에는 기쁨이 담겨있었다. 그 ‘이상한’ 모습은 그의 등 뒤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포스트잇이 설명해줬다. 환자들을 진료하며 연구해보고 싶은 사례가 있을 때 메모해둔 것이라고 한다.

아무리 몸이 고되더라도 환자와 연구에 대한 애착이 그를 제주대병원으로 이끄는 것이다. 남 교수는 질병이 치료도 중요하지만 예방이 정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기 위해서 부지런한 연구는 필수적이다.

“포스트잇은 한 달에 한 번씩 정리해요. 안 그러면 너무 많아서 지저분해지거든요. ‘그 질병이 왜 생길까’, ‘다시 되돌릴 수는 없을까’. 포스트잇은 그런 고민에 답을 내리기 위한 시작점이죠.”

남 교수는 현재까지 SCI급 논문을 비롯해 국내 학술지에 여러 편의 연구 임상 논문을 게재했다. 남 교수가 도민들을 위해 연구를 부지런히 하고 있지만 사실 그는 제주 토박이가 아니다.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의과대학을 나왔다. 완전한 ‘육지 토박이’인 그가 제주로 내려온 것은 97년도였다.

“처음에는 너무 얼떨결에 내려와서 꼭 유배 가는 기분이었죠. 하지만 제주에 살면 살수록 제주에 대한 애정이 생깁니다. 제주는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고 여유로운 분위기여서 연구가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덕분에 생각도 많아지고 남들이 놓치는 부분을 연구 토픽으로 삼을 수 있었죠.”

남 교수는 이제 거의 반쯤은 제주사람이 돼가고 있다. 때문에 제주대에서 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애정이 남다르다. 그런데 그 애정만큼이나 안타까운 마음도 크다고 한다. 많은 학생들이 진짜 자신이 원하는 길 보다는 돈을 많이 벌거나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요즘 의대에 다니는 학생들은 돈을 많이 벌 수 있거나 일하기 편한 전공을 선호합니다. 정형외과도 개업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인기가 많죠.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힘들어도 남 탓을 안 하게 되니까요. 의대는 과정이 깁니다. 갈 길이 멀기 때문에 그걸 견딜 수 있는 힘은 ‘재미’에서 찾을 수 밖에 없어요.”

남 교수는 그 ‘재미’를 즐기고 있다. 그는 다리가 부러져서 왔던 사람이 다시 걸어서 병원을 나가는 모습을 보며 보람과 희망을 느꼈다. 수술이 잘 됐을 때보다도 환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듣는 그 몇 초의 순간이 훨씬 행복하다고 한다.

이런 그의 주 전공은 엉덩이(골반)와 허벅지(대퇴)를 잇는 관절인 ‘고관절’과 ‘골종양’이다. 골종양은 말 그대로 뼈에 종양이 나타난 것이다. 종양은 양성종양과 악성종양이 있는데 양성종양은 신체의 다른 부위로 전이되지 않는다. 흔히 ‘암’이라 불리는 악성종양은 처음 발생한 부위가 아닌 다른 부위로 퍼져 생명을 빼앗을 수 있다. 골종양은 유방암이나 폐암 등이 뼈로 전이되면서 자주 나타난다. 남 교수는 골종양이 워낙 드문 질환이라 국가에서 지원이 적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골종양이 주로 나타나는 연령대입니다. 원발성 골종양 중 가장 흔한 것이 ‘골육종’이라는 질병인데 폐나 위암은 보통 40~50대에 많이 생기지만 골육종은 대게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많이 나타납니다. 9살, 10살짜리 아이가 뼈에 종양이 생기면 부모의 가슴은 얼마나 무너지겠어요. 흔치 않은 병이라고 지원을 등한시하는 건 그 아이의 가족과 미래를 져버리는 일입니다.”

소아 골종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정형외과를 비롯해 소아과, 치료 방사선과, 재활의학과, 정신과 등의 협력이 필요하다. 제주에서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진료팀이 동원될 수 있는 곳은 제주대병원 밖에 없다. 남 교수는 도민이 골종양처럼 큰 병에 걸렸을 때 도내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구를 손에서 놓지 않는 것이 도민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소아 골종양 외에 남 교수가 요즘 관심을 두는 분야는 생체금속이다. 생체금속은 관절염, 골종양 등에 의해 관절이 파괴되거나 손상을 입어서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때 대신 사용하는 ‘인공관절’이다. 생체금속은 마모가 잘 안되는 재질이기 때문에 뼈를 지탱하기에 좋다.

뼈가 부러졌을 때에는 붙이는 것이 원칙이지만 고관절에 혈액 공급이 안 돼 뼈가 죽는 질병인 ‘대퇴골절 무혈성 괴사’는 인공관절을 사용해 수술해야 한다. 이 병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위험요소로는 술, 혈액질환을 비롯해 ‘잠수병’도 포함돼 있다. 도내에 많은 해녀들이 앓고 있는 ‘잠수병’이 위험요소인 만큼 도내에서도 활발한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남 교수는 지난 2008년에 ‘Fate of Untreated Asymptomatic Osteonecrosis of the Femoral Head(치료하지 않은 무증상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운명)’이라는 주제로 ‘The Journal of Bone & Joint Surgery’에 논문을 발표했다. 더불어 이 논문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대한정형외과학회 학술 본상을 받았다.

이처럼, 남 교수는 이제 반쯤 제주 토박이가 되어 도민을 위해 연구를 손에 놓지 않는다. 처음 의사가 된 순간부터 이어져온 환자와 연구에 대한 애착은 아무리 일이 고되더라도 그의 품을 떠나지 못한다. 한 달에 한 번씩 벽을 꽉꽉 채우는 포스트잇이 이를 증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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