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째 교육·구호활동에 만족”

▲ 박용대 목사
우리와 생김새도 문화도 다른 이들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주는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박용대(57세) 목사. 그는 13년째 필리핀 주민들을 도우며 살고 있는 외곬수다.

그가 처음 필리핀에 발을 들인 것은 1995년도였다. 당시 필리핀은 우리나라의 60년대 모습을 옮겨놓은 듯 했다고 한다. 그는 반쯤 쓰러져가는 집들을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순수한 눈을 외면할 수 없었다. 2년 후, 박 목사는 결국 말도 통하지 않는 어색한 땅에 온 가족을 이끌고 들어섰다. 축축하고 뜨거운 날씨는 어서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텃새를 부렸다. 짜고 기름진 필리핀 음식은 혀를 괴롭혔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 곤경에 처하는 일도 허다했다. 하지만 그는 우직하게 버텨내며 기어이 필리핀에 정착했다. 갑작스러운 필리핀 행에도 믿고 따라준 가족들 덕분이었다.

그가 맨 처음 한 일은 컴퓨터방을 연 것이었다. 물론 이용료는 받지 않았다. 돈을 벌기위해 컴퓨터방을 차린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기술을 가르치고 싶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컴퓨터로 숙제를 해야 하는 대학생들에게 컴퓨터를 빌려주고 컴퓨터를 모르는 아이들에게 사용법을 가르쳤다.

“이곳의 많은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일을 하지 않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인문적인 지식만 가르치기 때문에 마땅한 기술이 없어서 취직할 수 없는 것이죠. 아이들이 컴퓨터를 배우고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의 바람대로 정말 몇몇은 이곳에서 컴퓨터를 공부해 취직에 성공했다. 컴퓨터방은 대학생과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그는 그렇게 모인 아이들과 함께 성경공부를 했다. 그러던 것이 나중에는 규모가 커져서 교회가 됐다. 교회가 만들어진 후에는 가능한 많은 사람들을 이끌고 봉사활동에 나섰다.

“다들 먹고살기가 힘들어서 봉사를 하려고 시간을 내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대부분 선뜻 나서줬습니다.”

박 목사는 폭우가 쏟아져서 교회 주변 마을이 물에 잠기는 날이면 구호품을 싸들고 찾아갔다. 옷이 흙탕물에 젖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이외에도 한국인들이 필리핀 사람들을 도우러 왔다고 하면 따갈로어 통역도 자처한다.

필리핀 사람들을 위한 그의 정성은 금전적인 대가가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상처로 돌아온 적도 있다. “대학등록금이 없는 아이에게 매 학기마다 돈을 주며 학교를 보냈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아이가 학교를매번 빠지고 제대로 다니지 않자 조금 잔소리를 했습니다. 충격적이게도 아이는 더이상 교회에 나오지 않겠다고 말하고는 돌아섰습니다. 아들처럼 여기고 있었는데 한순간에 냉정히 돌아서는 모습을 보고 상처를 많이 받았죠.”

필리핀 사람들이 미울 법도 하지만 그는 여전히 그들을 사랑한다고 했다.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어떤 한국인들은 필리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도 돈을 쓰는 것이 가장 빠르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결국 그 사람은 그들과 진짜 교감을 할 수 없습니다. 느린 것 같지만 빠른 길은 정말로 사랑하는 겁니다.”

그는 필리핀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았다. 서로 생김새와 문화도 다르지만 마음으로 교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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