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생명 살리는 일이 삶의 보람”

▲ 김영돈(의학과·소아과학)부교수

“말 못하는 아이들은 아픔을 온 몸으로 표현해요. 소아과 의사는 아이들의 아픔을 이해해고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이번에 의학과에 새롭게 교수로 임용된 김영돈(소아청소년과 전공) 교수의 말이다. 아이들이 호소하는 아픔을 공감하는 소아과 의사로서 그리고 그런 의사를 길러내는 교육자로서 강단에 서게 된 김 교수를 만나봤다.

김 교수는 부산대병원 조교수로 근무할 당시 삭막한 아파트단지에서 살며 자연이 공존하는 제주가 끌렸다고 한다.

“부산대는 환자가 많아서 샘플을 확보하기 쉽고 연구기반이 튼튼한 반면에 여유가 없었어요. 신생아 중환자실만 해도 하루 30~35명의 환자를 돌봐야 해서 아침 회진에만 반나절을 보내야 했습니다. 제주는 생활물가가 비싸긴 하지만 너무 좋은 곳이에요. 병원 밖으로 나가면 귤꽃 냄새가 풍겨오고 밤에는 풀벌레 소리가 들리죠. 또 병원이 대학과 가깝고 차도 안 막혀서 여러모로 여유가 생겼어요.”

그는 학창시절 내내 의사를 꿈꾸고 마침내 부산대 의대에 입학했다. 그가 ‘신생아’ 전문의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은 죄 없는 아이들이 힘겹게 고통을 감내하는 모습을 지켜만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른들은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한 인과관계이지만 아이들이 몹쓸병에 걸리는 것은 본인 의사와 상관이 없잖아요. 아이들이 아파하고 힘겹게 수술을 받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꿈에 그리던 소아과 의사가 된 지금, 그의 꿈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신생아분야 학회에서 이름을 남기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 주는 것이 그의 꿈이다.

“누군가에게 ‘니가 그렇게 공부해서 노벨상을 탈거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비아냥조의 말에 기분이 나빴지만 돌이켜보면 틀린 말은 아니더라구요. 학회에 이름을 남긴다고 얼마나 실제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까 고민하게 됐죠. 한명의 희귀한 환자도 중요하지만 9명의 일반 환자들도 중요하기 때문에 큰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물론 연구를 소홀히 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요즘 김 교수는 신생아 주산기(임신 28주~출생 후 한달)감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주산기는 아기가 태반에 의존하던 여건들이 혼자 생활하도록 변하는 기간입니다. 미숙아의 출생 직후 체액에서 자궁 내 환경을 짐작할 수 있는 물질을 찾고 있습니다.”

진료, 연구, 교육을 모두 해내기가 쉽지 않을텐데도 김 교수는 즐거운 표정이었다. 환자에 대한 애정만큼 학생들에 대한 애정도 깊어 보였다. 그러나 그 만큼 안타까운 마음도 크다고 한다.

“요즘 학생들은 자신의 꿈을 찾아 가기 보다는 안정적이거나 돈을 많이 버는 전공을 선택합니다. 진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보다 현실적 여건을 더 많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서글픕니다. 소아과는 꼭 필수적인 과이지만 요새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전공의 지원도 줄어들고 있어요. 물론 의료여건이 녹록치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학문을 배우는 사람이 물질 여건만 따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소아과가 시끄럽고 보호자를 상대하기 힘든 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소아과는 아이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곳입니다.”

소아과에 대해 이야기하는 김 교수의 눈빛에서 진심이 엿보였다. 김 교수는 자신이 아이들을 만나고 아픔을 보듬어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았다. 이제 김 교수는 신임 교수로 강단에 서서 자신과 같은 일을 할 학생들을 가르치게 됐다. 그의 진심을 꼭 닮은 제자가 자라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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