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택 저 『제주예술의 사회사』 상ㆍ하

▲ <제주예술의 사회사>상.하김병택 교수 지음

 김병택 교수의 『제주예술의 사회사』가 드디어 완간되었다. 작년 3월의 상권에 이어 이번에 그 하권이 출간된 것이다. 『제주예술의 사회사』는 『제주작가』에 2008년 봄호부터 3년 동안 연재했던 내용을 깁고 보탠 것인바, 그 계간지의 편집주간으로 있으면서 연재를 부탁했던 나로서는 이 저서의 출간을 더불어 기뻐하지 않을 수 없다.
 『제주예술의 사회사』는 제주의 예술을 사회사의 시각으로 서술한 저서다. 상ㆍ하권을 합하여 총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몇 가지의 전제적 사항’을 짚은 후에 ‘일제강점기 제주예술의 성격’, ‘한국전쟁과 제주예술계의 형성’, ‘4ㆍ19혁명과 제주예술의 전개 방식’, ‘시대인식의 심화와 제주예술의 확대’(70년대), ‘민주화운동 시대의 제주예술’(80년대), ‘IMF사태와 제주예술의 다양성’(90년대 이후) 등 시기별로 제주 근ㆍ현대 예술 100년의 구체적인 양상을 기술하였고, ‘전망과 남는 과제들’로 마무리하고 있다. 문학ㆍ미술ㆍ연극ㆍ사진ㆍ음악ㆍ건축 등이 망라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1인의 필자가 예술사를 쓴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것은 한 개인이 여러 장르를 두루 섭렵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김 교수는 그런 지난한 작업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을까. 『제주현대문학사』(2005)를 펴낸 데 이어, 『현대시의 예술 수용』(2009)이라는 저서에서 「시의 그림 수용」,「시의 무용 수용」ㆍ「시의 영화기법 수용」ㆍ「시의 음악 수용」ㆍ「시의 건축공간 수용」 등을 다루었으며,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2005∼07)을 지냈다는 그의 이력은 찬찬히 준비하여 역량을 쌓아온 데 따른 결실임을 말해준다.
 이 저술은 사회 현상과 결부되는 예술 흐름 중에서 특징적인 요소를 축출하고, 그것을 서술의 초점으로 삼은 점에서는 다른 예술사와 유사하다. 그러나 예술사의 내용을 기록ㆍ대담 또는 혼합의 방식으로 구성하였고, 시기마다 특기할 만한 예술가들의 활동을 조명하였다는 점에서 차별적인 면모를 보인다. 특히 김광추ㆍ송근우에 대한 증언, 김승택의 회고, 현기영ㆍ강문칠ㆍ김석윤ㆍ장일홍 등과의 대담과 같은 구술사적 작업들은 종래의 예술사가 고수했던 엄숙하고 권위적인 모습을 탈피하는 의도된 전략이다. 이에 대한 김 교수의 진술은 의미심장하다.
 “회고 내용이 예술의 사회사에 수록되는 것을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 듯하다. 오랫동안 공식적인 내용만을 서술하는 예술사(또는 개별 장르의 역사)에 익숙한 사람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점잖은 내용, 고상한 내용만을 다루는 예술사는 고작 경직되고 메마른 예술사의 껍질들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상권 173쪽)
 조직ㆍ단체ㆍ행사 중심의 예술사로는 예술과 예술가의 진수를 전해줄 수 없다는 신념의 소산이라는 것이다. 이런 신념은 김 교수에게 “해안가에 설치된 조망대에 앉아서 제주예술의 사회사라는 역사의 바다를 응시하는 자세를 포기하게”(같은 쪽) 했다. 실제 이 저술을 위해 김 교수가 얼마나 많은 발품을 팔며 열정을 쏟았는지 나도 조금은 알고 있다.
 김명식과 이광수의 논쟁을 발굴하여 정리한 점, 변시지의 후기 작품을 생태상징주의로 규정한 점 등은 『제주예술의 사회사』의 또 다른 성과다. 김광추ㆍ변시지ㆍ현중화ㆍ양창보ㆍ강요배 등에 대한 논의는 그것들 하나하나가 개별 작가론으로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각 장의 앞부분에 기술된 사회적 상황과 뒤이어 나오는 예술현상들이 유기적으로 엮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그게 결코 이 저술의 커다란 성과를 훼손할 수는 없다.
 김 교수의 이 저서 간행은 문화사적ㆍ학술적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그만큼 어느 누구도 당분간은 따라하지 못할 작업을 그가 해냈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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