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회록』 1ㆍ2부J.루소 지음 / 박문만 옮김

 나는 늦게야 공부를 시작한 만학도이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하였고 지금은 그와 관련하여 석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중이다. 배움은 때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젊을 때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한참 감수성이 예민할 때라야 스폰지처럼 지식을 빨아들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허기야 아들ㆍ딸 또래인 20대의 젊은이들과 이야기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아닌 모양이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죽으라고 공부해 대학에 왔는데 또 공부해요? 그럼 우린 언제 놀아 봐요? 그들은 웃으면서 농삼아 말하지만 내겐 이유있는 항변처럼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루소의「참회록」을 만난 것은 얼마쯤은 우연이기도 하다. 교육학을 배울 때 루소는 여러 번 언급된다.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 그의 자연주의 교육사상 때문이다. 그는 근대민주주의에 이론적 기초를 제공하였고 교육학에도 큰 영향을 끼친 프랑스 계몽주의 시대의 대사상가이다. 처음에는 그의 교육사상이 피력된 ‘에밀’을 읽었으면 했다. 그런데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그의 모순에 가득찬 생애를 알게 되었고 그의 자서전인 ‘참회록’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그의 사상서를 읽기에는 부담스럽고 차선책으로 선택된 것이 ‘참회록’인 것이다.  도서관에서 ‘참회록’을 빌려왔다.
 루소의 ‘참회록’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진 책이었는데 1부의 두께만도 500페이지는 족히 넘는 대작이었다. 처음에는 이 두꺼운 책을 100페이지라도 읽을 수 있을까 회의적이었지만 늦게 공부를 시작한 만큼 나의 인내력을 시험해 본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읽어나갔다. 그런데 차츰 이 책에 빨려들어 갔다.
 ‘참회록’은 루소 자신의 전기이지만 소설 이상으로 사건이 다채롭고 흥미로우며 문체는 감성으로 빛난다. 루소를 낭만주의 문학의 창시자로 일컫는 것도 자연예찬과 감성의 해방이라는 참회록의 특징 때문일 것이다. 1부의 내용은 루소가 고향인 스위스를 떠나 평생을 통하여 그에게 영향을 끼쳤던 봐랑부인을 만나 학문과 예술에 눈을 뜨는 과정이 서술되어 있다.
 1부의 내용이 밝고 활기에 차있다면 2부의 내용은 시종 무겁고 피해의식에 젖어 있다. 봐랑부인과 헤어져 파리에 온 루소는 디드로, 볼테르 등 당시 계몽주의 사상가들과 교류하게 되며 그 영향으로 자신도 저술에 임하게 된다.
 루소는 또 음악에도 재능이 있어 몇 개의 오페라를 작곡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의 명성이 높아짐에 따라 그에게 불행이 다가온다. 그것은 절대 왕정이었던 당시 상황으로선 그의 사상이 너무나 혁신적이었기 때문이다.
 양어머니로 모셨던 봐랑부인과의 애정행각이나 동거녀와의 사이에서 난 아이들을 모두 고아원에 보낸 것은 그의 적들로부터 무책임하고 부도덕하며 위선자라는 공격의 빌미를 주기에 충분했다.
 참회록을 통하여 우리는 모순에 가득 찬 대사상가의 적나라한 내면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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