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재정 지원에 큰 영향… 대학서열화 조장 우려도

왜 대학을 평가하는데 취업률 지표를 사용하는가
 
취업률은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끼리 다르고 단과대학간에도 차이를 보인다. 전문대학은 취업을 하기 위해 다니는 학생들이 많다. 4년제 대학은 취업을 위해 재학하는 학생도 있지만 원하는 학문을 공부하기 위해 다니는 학생들도 있다. 단과대학을 봐도 경상대학, 이공계 계열 학과는 취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인문대학, 사범대학 등은 졸업에 맞춰 취업을 해야 하겠다는 학생은 상대적으로 적다.
 
또 사립대와 달리 국립대는 취업률이 높지 않다. 특히 지역거점국립대는 다양한 학과를 개설하고 있으므로 취업률이 높을 수가 없다. 올해 지역거점국립대학 중 제일 높은 취업률을 보인 대학은 경북대로 55.6% 정도이다. 그런데 왜 모든 대학을 평가하는데 취업률 지표를 쓰고 있는가.
 
현재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발표하는 취업률은 취업이 가능한 졸업자 중 건강보험 DB에 가입된 취업자를 추려낸 비율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취업률로 대학을 평가하는 이유로 일괄적으로 수치를 나타내 표현하기 쉬운 이점이 있다.
 
또 청년실업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취업을 잘되는 학교가 더 좋은 학교라는 생각도 깔려 있다. 그러다보니 취업률을 허위 공시하고 학생들을 위장 취업시키는 등 안 좋은 사례들도 나오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평가에 활용되는 지표의 점수만 올리는 대학도 보인다.
 
취업률을 속이는 것 자체는 매우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이는 그만큼 취업률이 대학에 끼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지난달 23일 발표한 고등교육기관 취업률 추이. 올해 4년제 대학은 평균 56.2%의 취업률을 기록했다. 제주대는 이에 못미치는 47.7% 취업률을 나타냈다.

취업률이 어떻게 활용되고 대학에 어떤 영향을 줄까
 
취업률은 먼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지원하고 있는 다양한 국책사업의 지원 여부나 지원금에 영향을 끼친다. 교육역량강화사업, 학부선진화우수선도(ACE) 사업, 산학협력선도대학 육성(LINC) 사업 등 대학 재정과 관련된 사업을 선정할 때 하나의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올해 교육역량강화사업에는 평가 지표에서 18%의 비중을 차지했었다. 재학생 충원율 등 대학마다 변별력이 없는 지표를 고려하면 실질 비중은 그 이상을 넘는다.
 
교육역량강화사업 등 정부 지원금은 국립대인 제주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립대에 비해 등록금이 싸고 대학운영의 상당 부분을 정부의 재정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지표로 쓰이는 취업률은이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또 대학을 평가하는 기관에서도 쓰고 있다. 대학 평가기관인 중앙일보교육개발연구소는 2011년 기준 취업률을 평가에서 10% 반영하고 있었다.
 
더불어 재정을 지원해 주는데도 활용을 하지만 불이익을 줄 때도 쓰인다. 대표적으로 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 여부가 포함된다. 지난달 31일에는 43개의 대학을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했다. 또 작년 11월에는 충북대, 강원대, 부산교대 등 5개 대학이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학’으로 선정해 강도 높은 개혁을 진행했다.
 
이렇듯 대학 재정과 평가 지표로써 큰 비중을 갖고 있다. 대학으로서는 취업률이 낮으면 아무리 다른 지표가 좋더라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취업률 낮은 대학’이라고 언론에서 발표하면 대학의 위상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외부 사람들이 대학을 바라보는 시선도 좋을 수 없다. 이러다보면 우수한 신입생을 유치하는데도 타격을 입게 된다.
 
취업률이 재학생, 교수에게 미치는 영향
 
취업은 졸업생이 하지만 취업률은 재학생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먼저 학교 재정에 여파를 주는 만큼 등록금 산정에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지원 사업에 평가 지표로써 큰 비중을 갖기 때문에 재정 지원을 많이 받는다면 등록금 인하를, 받지 못한다면 인상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교수들에게 취업률은 교수업적 평가에 쓰이는 지표다. 현재 단과대학 취업률과 단과대학에 소속돼 있는 학과의 취업률을 비교해 높으면 가점을 준다. 또 작년에 비해 취업률이 오른 학과의 교수들도 가점을 받는다. 이렇듯 교수의 업적에도 취업률은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취업률 지표 보는 법
 
이렇듯 취업률은 대학의 구성원, 대학본부에 다양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 취업률 지표를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좋을까.
 
올해 전국 558개 대학의 취업률은 교육과학기술부 보도자료를 통해 누구나 쉽게 열람할 수 있다. 각 대학학과마다 취업률을 일일이 확인할 수 있고 타 대학의 유사학과와도 비교 가능하다. 타 대학과 비교하면서 대학을 평가하고 가늠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보이는 그대로 믿으면 안 되는 자료이기도 하다. 학과마다 특성이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기 때문이다. 취업률은 현재 일률적으로 만드는 것이지 그것이 진짜 취업률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렇기에 취업률 지표는 단순히 참고 자료로만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에 얽매여서 학과를 판단하고, 대학을 판단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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