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현(여론사회부장)
우리 대학의 몇몇 학과의 전공 강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강의를 따라갈 수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공계열 학과는 이 현상이 더욱 심하다. 고등학교 때 배운 내용을 거의 모른다거나 전공과 관련한 기본 내용을 모르고 있어 수업 진행이 어렵다고 한다.
 
이런 문제가 일어나는 원인 중 하나는 고등학생들이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성적이 낮은 학과에 지원하기 때문이다. 해당 학과에 대해 전혀 아는 지식이 없는데 대학 입학을 위해 지원하고 있다. 또 교차지원(문과계열 학과에서 이과계열 대학 지원 혹은 이과계열 고등학교에서 문과계열 학과로 지원)이 가능해지면서 문과 학생들이 경쟁률이 낮은 이공계 학과에 지원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다 보니 이공계 학과의 전공 강의에 필요한 수Ⅱ, 과학 과목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학생이 많다. 공학수학은커녕 고등학교 수학도 몰라 수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처음부터 전과를 생각하거나 편입을 생각하는 학생들도 많다. 또 중도에 학교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전과지원 현황도 이 상황을 뒷받침한다. 인문, 사회과학, 경상대학은 독일, 사학, 철학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학과가 전과 범위를 초과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해양산업경찰, 전산통계, 의류, 컴퓨터공학, 전기공학과와 건축학전공 등을 제외하고는 이공계열 학과에 대부분 0~1명 정도밖에 지원을 하지 않았다. 단순히 학과 수업이 마음에 안 들어서 전과를 학생도 있지만 문과 고등학생이 이공계 학과에 지원한 후 다시 인문사회계열로 가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이렇다 보니 교수들은 성적이 되지 않는 학생을 포기하고 이해하는 학생들 위주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기본이 없는 학생을 데리고 심화전공 과정을 가르치는 것이 지치기 때문이다. 절반은 수업을 열심히 듣고 절반은 수업을 듣지 않는다. 공과대학의 한 교수는 “강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내용을 이해시키기 위해 난이도를 낮추면 현재 수업을 이해하는 학생들에게 피해가 간다”고 밝혔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입학관리과는 지방에 위치한 대부분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학진학률이 높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기초학문 계열 강의 강화 등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대학위상의 향상을 통해 우수신입생을 유치하고 최초 합격자의 입학률을 증가하면 점차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초학력 증진을 위해 예비대학 기간 등을 활용해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에 한해 학력 향상 프로그램이나 기초 학력과 관련된 소정의 학점을 이수하게끔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기초교육원은 지난해 2월 수학과와 수학교육과의 교수들에게 의뢰해 ‘제주대학교 수학 기초학력 진단도구 개발 및 활용방안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이 연구 결과를 참조해 좀 더 적극적인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사실 학교의 정책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정책이다. 대학진학률이 떨어지고는 있으나 아직도 다른 국가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와 함께 2018년에는 대학 정원이 수험생보다 많아지게 된다.
 
이런 상황이지만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육역량강화사업에 신입생 충원률을 지표에 넣고 있다. 물론 신입생 충원률은 대부분의 대학이 100%가 넘는 상황 속에서 대학을 평가할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역효과로 대학 공부가 불가능한 학생을 입학시키는데도 한 몫하고 있다. 정부는 대학을 무조건 가야 하는 풍토를 바꾸고 진정한 학문을 배우는 장으로 바꾸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더욱 강력한 지방대 육성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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