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0일부터 4월 15일까지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학생들은 제주작가회의 시인들과 공동으로 제주대 정문 진입로에서 시화전을 가졌다. ‘그래, 다시 봄!’이란 제목의 그 시화전에 내걸린 작품들은 모두 4ㆍ3항쟁을 다룬 것들이었다. 학생 12명이 쓴 4ㆍ3 작품들이 시인들이 창작한 시편들과 함께 펄럭이는 천에 나란히 전시된 것이었다. “제주의 작가들은 문학으로 4ㆍ3의 금기 깨기를 실천했고, 제주대 학생들은 가장 앞장서서 진상규명을 외쳤으니,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정겹고 흐뭇한 만남이 아니겠는가.”라는 내용의 행사 취지문이 김
수 년 전에는, 아라 축제기간에 학교 운동장에서 정문을 거쳐 지금의 영주고등학교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육상경기가 있었다. 학생과 교직원이 함께 어우러져 뛰는데, 처음에는 힘차게 달려 나가지만 정문을 벗어나 뛰지 않고 그저 걷는 사람들은 대부분 학생들이었다. 뒤에서 서서히 뛰던 나는, 그들의 옆을 스쳐 지나면서 “걷지 말고, 조금씩이나마 뛰자!”라고 말을 건네곤 했다.젊은 학생들보다 나이 든 내가 뒤쳐질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인데도 결승선에 도달했을 때는, 나보다 늦게 도착한 학생들이 상당히 많았다.처음부터 욕심 부리지 않고,
제주도 백성이 정부 허가 없이는 육지로 나갈 수 없도록 금지한 출륙금지령은 1629년에 선포되었다. 그 이전까지 제주도에 살던 사람들은 과도한 세금 강요나 관리들의 횡포를 못 견디게 되자 혹은 자연재해로 인한 흉년이나 전염병의 유행 등으로 생계를 잇기 어려워지자 제주도를 떠나서 육지로 가버렸다. 그들은 육지에서 차별을 받았지만, 제주도로 돌아오는 이는 극히 적었다. 많은 제주도 백성들이 육지로 떠나는 바람에 인구가 크게 감소하였다. 이는 제주도를 지킬 군인, 제주도 특산물을 바칠 진상 담당자의 감소로 이어져 문제를 야기하였다. 정부
“자, 질문주세요!” 강의의 말미에 나는 항상 학생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그러나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우리 학생들은 질문에 무척이나 인색하기에 매 학년 초마다 나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구걸 하다시피 한다. 배우는 입장에서 분명 이해가 미진한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침묵은 이어진다.2010년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오바마 대통령이 폐막연설 직후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을 요구하였으나, 당시 현장에 있던 우리나라 기자들은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았다.한동안 정적이 흐르고 일어난 사람은 한국 기자가 아
갑질의 사전적 의미는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상대방에게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이래라 저래라 하며 제멋대로 구는 짓’이라 되어 있다. 최근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들 의 갑질이 엄청난 비난을 초래하고 급 기야 한 대기업의 운명이 바뀌는 걸 보면 갑질이 결코 작은 잘못은 아닌 듯하다. 갑질의 의미를 약간만 확대해 보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만 의 행위가 아니라 모든 사람의 행위 중에서 자신의 편의를 위해서 상대방 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지 않고 모종의 행위를 함으로 써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안기
조미수호조약을 맺은 조선은 1889년 워싱턴 DC의 한쪽 곁에 주미공사관을 개설한다. 정확히 130년 전의 일이다. 그렇게 시작된 조선 말기의 대미 외교관계는 1905년 을사조약을 끝으로 비운의 종말을 맞게 된다. 당시 2만 5000불을 주고 어렵사리 매입했던 대한제국 대미 외교의 상징이었던 이 건물이 일본 손에 단돈 5불로 넘겨졌다니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랬던 그 슬픈 역사의 현장이 최근년에 350만 불을 주고 재매입돼 2018년 5월 다시 개관됐다. 백악관에서 북동쪽 로건서클의 한 모퉁이에 서 있는 이 공관은 붉은 벽돌
퇴임을 앞두고 돌아보는 인생이 허허롭다. 괜한 열정에 눈이 멀어 맹목으로 달려 온 길은 아니었는지. 식어가는 마지막 불씨로 나를 밝혀보며 지나쳐버린 길을 되돌아보는 일, 떠날 연구실에 앉아 옛 그림책을 한 장 두 장 넘겨보고 있다.우리의 옛 그림에는 당나귀를 타고 돌다리를 건너는 선비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신잠의 작품으로 알려지고 있는 ‘탐매도’가 나를 사로잡는다. 내 가슴에 오랫동안 웅크린 갈망의 불똥을 살려주려나. 뛰어난 시인이며 화가였던 선비.그의 탐매도에는 거대한 암벽이 자리하고 있다. 그 암벽의 머리 끝에서
봄 햇살이 교정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월요일 아침 1교시에 강의실로 들어선다. 학생들이 우렁차게 인사하는 것을 기대했지만 앞쪽에 앉아있던 몇 명이 모기목소리로 인사한다. 좋은 아침이라고 인사하지만 반응은 싸하다. 월요일 1교시가 뭐냐? 택시비는 누가 주나요? 라는 무언의 시위인지도 모르겠다. 무시해야 한다. 이유는 다들 잘 아니까.학생들은 강의를 들으며 스마트폰을 만져야지 하는 유혹과 강의 내내 이어진 잔소리, 협박에 가까운 경고성 멘트 때문에 동공지진을 경험한다. 강의를 끝내고 차를 마시면서 상상에 빠진다. 강의실 교탁을 제외
#우연. 올해는 내가 대학에 입학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1월 미국 샌디에고에서 열린 국제유전체학회(PAG XXVII)에서 한 대학 동기를 졸업 후에 처음으로 다시 만났다. 그 동기는 단과대학 수석으로 총장상을 받고 졸업한, 지금은 손가락에 꼽는 우리나라 생명공학 관련 시약 및 기기 회사에서 마케팅담당 이사를 하고 있는 친구다. 오랜 만에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반가움에 인증샷도 찍어 동기 단톡방에 올리고, 어색함은 저 안드로메다에 던져버리고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웃고 떠들 수 있었다. 서로가 늙지 않았다고 칭찬하며 부러워했다
올해 5월 말, 제주대학교 국립대학육성사업 계획서가 제출되었다. 사업명은 “제주형 nPu(national Public university) STEP 사업”으로 정해졌다. 우리대학 비전인 “기본에 충실한 대학,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 중 “기본에 충실한 대학”을 국립대학육성사업의 방향으로 설정하고, 제10대 총장 공약 실천과제를 국립대학 육성사업 영역인 “교육(S)-연구(T)-행정지원체계(E)-공공서비스(P)”로 재분류한 것이다. 정책당국에서 요구했던 ‘대학의 비전, 추진전략과 국립대학 육성사업 영역의 연계성’을 고려해서 ① 제주형
10월 17일 제주에서 난민 신청한 예멘인 458명 중 339명에 대해 인도적 체류 허가가 결정됐다. 34명은 체류 불허가 결정됐고 85명에 대해서는 보류 결정이 내려졌다.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내전을 피해 말레이시아에 거주하던 예멘 사람들이 올해 초 무사증 입국 제도를 이용해 제주에 대거 입국했던 것인데, 이들의 난민 신청에 대해 우리 정부의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인도적 체류 허가는 난민협약과 난민법 상의 ‘난민 인정 요건’을 충족하지는 못했지만 강제 추방할 경우 생명과 신체에 위협을 받을 위험이 있어 인도적
공공기관에서 정부가 내건 국정지표를 보았다.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구호로 ▶국민이 주인인 정부 ▶더불어 잘사는 경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이다. 여기 ‘한반도’란 표현은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올바른 용어 사용이 못 된다. ‘한반도’란 용어 사용이 왜 이치에 맞지 않으며, 왜 말썽이며, 문제인가? 그 까닭은 크게 다음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첫째,‘한반도(韓半島)’는 일본인 다케이치 로쿠노스케(竹內六之助)가 처음 사용한 말이다. 1917년 일본 동경의 반도신문사에서 조선
이곳에 부임한 지 이제 삼년 되었지만, 제주에서 어디가 제일 좋은가 질문을 받으면 여전히 답하기 쉽지 않다. 운전을 못하는지라 바닷가에 스무 번도 채 안 가보았고, 맑은 날 학교도서관 올라가는 층계에서나 ‘저 봉우리가 한라산인가 보군’ 구경하니 말이다. 재래시장을 둘러보거나 맛좋은 빵가게를 찾아가거나 떡볶이 사먹는 것 등은 혼자서 곧잘 해도 누군가 먼저 제안하기 전에 야외나들이를 계획할 부지런함은 갖지 못해 그렇다. 가령 토요일 아침 눈을 뜨니 날이 화창하다 하여 ‘시외버스 타고 목장 다녀올까’ 혹은 ‘김밥 싸서 혼자 소풍갈까’ 식
“전두환이 경제는 잘 했나요?” 게으른 휴일 아침상에 앉은 중2 막내가 묻는다. 언젠들 경기가 좋았으랴! “아니!” 그러자 막내는 눈을 크게 뜨고 기대에 부응한다. “경제는 좋았다고 하던 걸요!” 그래, 예상했던 말이다. 적폐청산의 당위를 뚫고 슬금슬금 일어난 경제가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이 여론을 휘젓고 있으니까. “집 살 돈으로 놀러 다니면 살림살이가 나아진 거니?” 아! 골계미(滑稽美)는 있으되, 잘못된 비유의 오류를 범한 게 아닌가 싶다. 이렇게 생각할 찰나에 막내가 되묻는다. “아! 박정희가 모아 둔 돈을 전두환이 쓴 거군
자영업 관련 용어가 혼란을 준다. 어떤 신문은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이 25.5%로 OECD 회원국 중 5위에 해당한다고 보도하고, 다른 신문은 이게 21.3%라고 보도한다. 당황스럽다. 관련 용어를 정확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비임금근로자 비율’은 전체 취업자 중 비임금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비임금근로자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무급가족종사자’를 포함한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한 명 이상의 유급종업원을 두고 기업ㆍ농장 등을 경영하는 자이며,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유급종
사람들은 스스로를 아날로그 세대 또는 디지털 세대로 부른다. 아날로그 세대에 속한 사람들은 인쇄된 활자에 익숙하고 전자정보기기들의 빠른 발전을 따라가지 못해 당황한다. 디지털 세대는 아날로그 세대를 당황스럽게 하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능수능란하게 다루고 시각적 이미지로 정보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보면 아날로그 세대는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도태된 사람들이다. 가용한 정보를 활용하지 못하고 빠르고 효과적인 매체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능력도 갖지 못한 사람들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한 때 취업을 풍자한 ‘이태백’, ‘삼팔선’ 등과 같은 표현이 유행된 적이 있다. 직장에 취업을 하는 것도 힘들지만, 취업을 했다고 하더라도 얼마 지속하지 못하는 상황을 풍자했던 시대의 자화상이다.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상황은 그리 녹녹해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취업의 문은 좁고, 취업을 위한 청년들의 현실은 고달프다. 대학은 이미 학문과 더불어 취업을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있다. 학생들은 재학동안 취업을 위한 스펙을 관리하고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 등을 취득하는데 많은 애를 쓴다. 한 때는 좋은 스펙을 갖고 있으면 취업을 하는데 좀
국내 이슈 중 가장 뜨거운 것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최저임금 인상’일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소득격차가 큰 우리의 현실을 고려할 때 노동력의 가치가 지금보다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진보진영과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기대에 못 미친다며 불만이 많다. 그렇다고 인상률이 결코 낮은 건 아니다. 우리나라는 최저임금을 업종 구분 없이 모든 사업장에 동일하게 적용하는데, 이로 인해 음식·숙박업이나 도·소매업 등의 영세 사업장들은 최저임금 지불이 버거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용자 측의 반발이 거센 이유다. 이런 정황을 고려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시사상식사전에서는 ‘탈(脫)코르셋’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말 그대로 ‘코르셋’에서 탈피하겠다는 의미로, 코르셋은 여성의 몸이 날씬하게 보이도록 상반신을 꽉 조이는 보정 속옷을 말한다. 탈코르셋은 그동안 사회에서 여성에게 강요한 외적 기준에서 벗어나자는 의미로, 짙은 화장이나 긴 생머리, 과도한 다이어트 등을 거부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탈코르셋을 지지하는 이들은 소셜미디어(SNS) 등에 ‘탈코르셋’을 해시태그(#)로 해 부러뜨린 립스틱 등의 화장품, 짧게 자른 머리카락, 노메이크업에 안경을 착용한 인증샷들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미 싱가포르에 가 있고, 우리는 회담을 지켜보고 있다.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만나서 회담을 하는 것 자체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회담의 결과에 따라서 한반도에 사는 우리들의 삶이 크게 바뀔 수 있는 역사적인 회담이 될 것이다.이 회담은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고, 남북 관계를 개선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