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떠나는 청년들이 해마다 꾸준히 늘면서 코로나19 이후 2019년 17만6,000명, 2020년 17만3,000명, 2021년 16만9,000명으로 3년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제주도의 청년인구 부족이 불러오는 문제점은 정책, 기업, 개인적 측면에서 다양하다. 청년의 인구 부족은 정책 추진에 있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어렵고 이는 불평등 혹은 소외되는 정책이 나타나는 문제를 야기한다. 기업적 측면에서는 필요한 인원이 부족하여 사업을 확장하거나 사업 운영에 불편함을 겪게 된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이러한 문제점은 제주도의 취업
오늘도 어제와 같았다. 계속 같은 자리를 도는 시계바늘처럼, 앞을 향해 달려가지만 여전히 제자리를 돌고 있는 느낌이 들 때,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불안할 때가 있다.초등학생 시절 장래희망을 적는 칸에 대통령이라고 적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만나 내 꿈은 대통령에서 선생님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나라를 지켜주는 군인을 보곤 대통령에서 선생님으로, 선생님에서 군인으로, 매순간은 내 꿈이 됐고 유년시절의 나는 꿈을 말하는데 막힘이 없었다.하지만 나이가 들고 성인이 되자 꿈은 그저 꾸는 것만이 아닌 좇아야 하는 것이 됐다. 뜬
제주 BOOK카페 < 22 > 이 책은 전국의 예순다섯 오일장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하지만 시장 구경은 핑계다. 저자의 발길은 어느새 식당으로 간다. 제철 식재료로 사용하는 지역 식당을 소개한다. 이 책을 읽노라면 나도 따라 전국 오일장 여행을 하고 싶어진다. 오일장을 중심으로 맛 따라 여행을 생각하면 입안에 침이 고인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순두부 속에 째복이 실하게 들어 있는” 매운 순두부를 먹을 수 있는 강원도 양양 양양순두부, “장흥에서만 200Km 운전하고 다닌 피곤함을 매콤히 밀어낸” 맛의 아귀 불고기가 있는 전남 장
요즘에는 OTT 서비스로 쉽고 빠르게 누구나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다. 영화뿐만이 아니라 예능, 드라마 혹은 애니메이션 들도 한 달에 싸게는 몇 천원, 비싸봤자 만원에서 이만원 정도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몇몇 OTT 서비스들은 처음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짧게는 일 이주 길게는 한 달 정도 무료이용권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렇게 OTT 서비스가 발전해 가면서 반대로 영화관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영화관 이용이 줄어들게 될 때 사람들은 쉽게 접할 수 있는 OTT를 찾았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가 많이 완화되고
11월 17일 치러진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에서 영역별로 1등급 원점수 기준(커트라인)은 불수능이었던 지난해보다 다소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입시업계에선 대학별 정시모집 합격선은 이전해보다 다소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시험을 잘 치고 좋은 점수를 받아도 원하는 대학에 가기 점점 힘들어지는 것이 실상이다. 하지만 ‘인서울’을 원하는 수험생 모두가 그 꿈을 이룰 수는 없다.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으로 지방대는 신입생 정원조차 채우기가 쉽지 않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입학한 뒤에 스스로 학교를 그만두
제주 BOOK카페 < 21 >서점 우편함을 열어보니 책 한 권이 있다. 이제 사람은 없고 책이 도착했다. 고(故) 고봉선 작가의 책 『책방길 따라 제주 한 바퀴』이다. 서점 가운데 매대에 놓았다가 제주 관련 책을 모아놓은 책꽂이 옆 동그란 탁자 위에 놓았다. 책은 마치 늦게 도착한 편지처럼 차마 꺼내서 읽어보기가 망설여졌다.책방을 운영하면 기자나 책방 관련 책을 내려는 사람이 인터뷰를 요청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러한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사전에 조사를 철저히 하는 사람과 반대로 사전 조사 없이 방문하는 경우. 결과적
기독교의 에덴동산, 중국의 무릉도원, 티베트의 샴발라 등 고통 없이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알려진 가상의 공간을 우리는 낙원(樂園)이라 부른다. 낙원에 대한 상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에게 삶을 이어나갈 원동력이 돼줬다. 하지만 ‘모두가 행복한 세계’에 대한 단순한 상상을 넘어서 ‘이상 사회’에 걸맞은 구체성을 확보한 것들 또한 존재한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16세기 당시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사회적 부조리를 통렬히 비판하는 동시에 이러한 부조리의 이상주의적 해결 방안인 ‘유토피아’에 대한 설명한다. 유토피아의 주요
해장국은 대개 술을 마시고 난 뒤 거북한 속을 풀기 위해 마시는 국을 말한다. 같은 맥락에서 ‘해장국 언론’은 2019년 한겨레에 쓴 전북대 강준만 명예교수 칼럼에서 나온 말이다. 그 칼럼에서는 “누가 나의 속을 후련하게 만들어주는가?”라는 기준에 따라 ‘의인’과 ‘참언론’의 여부가 결정된다고 지적한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가 ‘해장국 언론’을 갈망하고 있는지 성찰하게 한다.해장국 언론을 갈망한다고 볼 때, 전제되는 것은 언론사를 선택적으로 접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언론에서 필요한 정보, 가치, 체계를 얻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
제주 BOOK카페 < 20 >어렸을 때 어른들의 차에는 꼭 ‘전국도로 관광지도’가 있었다. 책으로 돼 있어서 전국 어디든 자세히 나와 있었다. 어른들은 차를 멈춘 채 지도를 짚어가며 길을 찾았다. 나는 지리부도 보는 것을 좋아해 그 책을 차에서 보는 걸 좋아했다. 차는 한림을 향했지만 나는 1번 국도를 따라 동해안을 달렸다.나는 타고난 길치다. 길라잡이로서는 부족하다. 동광리 큰넓궤 소재로 동화를 쓴 까닭으로 동광리 일대를 안내한 적이 두어 번 있다. 문제는 동광육거리다. 길치에게 육거리는 버뮤다 삼각지나 마찬가지다. 사거리면 그나
삶은 늘 낯선 것의 연속이다. 하나가 익숙해질 무렵이면 새로운 낯선 무언가가 등장하고 또 익어가는 과정이다.우리는 낯선 것을 기피하는 성향이 있다. 처음 마주한 낯선 감정에 지레 겁먹어 두려워한다. 작게는 첫걸음마를 떼는 것부터 크게는 사회에 처음 발을 디딘 스무 살의 첫 알바처럼 말이다. 처음이라는 이름 아래 걱정은 달고 사는 것이고 익숙해 마지않아 어쩌면 당연하게 여기기도 한다. 어째서 우리는 이토록 방황하고 낯선 것을 두려워하는가. 나는 여기서 의문을 시작했다. 살면서 한 번은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나는 앞으로 어떤 삶을
학생회는 없어져야 하는가. 역사적으로 시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권력기관은, 결국 시민의 손에 개혁됐다. 몇몇 자치기구가 그러한 위기에 놓였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하지만 나는 일말의 희망을 본다. 학생회는 수십 년 동안 바뀐 것이 없어도, 학우들이 직접 학교의 악습과 잘못된 관행을 바꾸려 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반의 학생회가 곧 탄생할 것이라 믿는다. 그 기반에 보탬이 되고자 경험담을 통해 학생회가 무엇을 하고,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말해보고자 한다.2019년 ‘만인’ 총학생회는 장애 학생들과 건물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제주 BOOK카페 < 19 > 최근에 문학가들도 여러 명 제주도로 이주했다. 떠오르는 사람들을 그냥 나열해 보면, 강지혜 시인, 최금진 시인, 임철우 소설가, 장정일 소설가, 한영인 평론가, 장이지 시인, 문태준 시인 등이 있다. 문태준 시인의 시집 《아침은 생각한다》는 시인의 말에서 “2022년 2월 제주 애월읍 장전리에서”라고 표기되어 있는바 제주도에서 이 시집을 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시를 쓰려고 늦깎이로 대학에 가서 시 공부를 할 즈음, 문태준 시인의 시를 접했다. 시도 시이지만, 1970년생이라는 프로필이 오래 기억에 남았
얼마 전, 신문에서 대학생들의 글쓰기 수준에 충격을 받은 교수님이 글쓰기 오류와 관련된 논문을 썼다는 기사를 읽었다. 기사에서는 유사 어휘의 반복, 잘못된 어휘 사용 등을 문제로 지적했고, 그에 영향을 미친 것은 영상 매체를 자주 접한 세태의 흐름인 것으로 덧붙였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는 세상에서 아날로그 감성과 같은 글은 뒷전이 되기 일쑤다.작문이 어려운 이유는 글을 자주 접하지 못한 것한테서 오는 ‘낯섦’일 것이다. 다독과 다작은 글을 잘 쓰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다. 이렇게 글을 많이 읽고 또 쓰다 보면 글을 쓸 때 중요한 것
이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나가 과거의 경험에 사로잡히거나, 혹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인해 현재에 집중하지 못했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책 은 그러한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마음 챙김 방법에 대해 다양한 근거를 바탕으로 설명한다. 습관적으로 나쁜 상상에 빠져 불안감에 짓눌리고, 분주한 일상에 치여 자기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면, 그때가 바로 마음 챙김을 연습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작가는 말한다.위와 같은 마음 챙김을 실천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형식적 실천과 비형식적 실천. 우
각종 사회적 난항과 코로나 블루가 겹친 요즘 가장 트렌디한 키워드는 바로 ‘힐링’이다. 비단 올해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오히려 힐링이란 키워드가 성행한 건 힐링 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등의 베스트셀러가 출판됐던 2018년이었다. 그리고 짧은 트렌드일 줄 알았던 힐링콘텐츠들은 여전히 쏟아지듯 발행되고 있다.이러한 현상에 피로감을 느끼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길어지는 펜데믹에 코로나 블루가 한창이던 2020년 10월, ‘요즘 교보문고 베스트셀러들은 왜 책 표지부터 누워있냐’라는 게시글에 많은 소비자가 공감해 밈으로
20살이 되고 대학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무엇이었을까? 필자의 경우는 “결제가 완료됐습니다”이다. 만 19세가 되고 이제는 보호자의 동의 없이 나의 계좌를 만들 수 있으며 카카오뱅크 체크카드를 만들 수 있고 그 카드로 맥도날드 1955 버거 세트를 살 수 있다. 하지만 바뀐 점은 나의 카드로 결제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뿐만 아닌 그 결제가 곧바로 나의 지출로 이어지는 것이다. 금융 권리가 확대되는 순간부터 모든 소비에 대한 책임도 비례하게 지게 됐다. 학교에 입학하고 통장에 구멍이라도 난 건지 3, 4월 5
제주 BOOK카페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좋아하고,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아한다. 제주도에는 이야기가 많다. 마을지에 수록된 이야기들만으로도 재미있는 책을 여러 권 낼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하다. 이야기를 기록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그 이야기에는 사람들의 정신이 들어 있다.이 책 『사라진 골짜기』의 이야기는 어렸을 때 할머니에게 들었던 옛날이야기와 비슷하다. 아주 옛날에는 제주도에도 호랑이가 있어서 그 호랑이가 사람들을 못살게 굴었다. 그래서 한 스님의 도움으로 주문을 외워 호랑이를 사라지게
필자는 한 교양 수업 중 학교 쓰레기를 줍는 시간을 가졌다. 인문대학에서부터 걸어서 운동장 한 바퀴를 돌며 바닥 쓰레기를 주웠다. 쓰레기의 90%가 담배꽁초였다. 손으로 담배꽁초를 줍다 보니 손에도 담배 냄새가 뱄다.평소 담배 냄새를 싫어하는 나는 길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저절로 코를 막게 된다. 또 학교를 다니다 보면 단과대 앞이나 뒤편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들을 자주 마주치기도 한다.현재 학과 내만 해도 흡연자가 대다수이다. 비흡연자보다 흡연자의 수가 더 많은 정도이다. 이렇게 보니 학교에 왜 그렇게 담배꽁
학교 수업에서 조별 과제는 언제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마음이 잘 맞고 맡은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팀원들을 만나면, 과제는 말할 것도 없이 수월하고 무난하게 풀려나간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는 거의 없으며, 보통 조별 활동에서는 의견 충돌이 발생하고 적극적이지 않은 팀원들을 만나 일이 쉽게 풀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그렇다면 구성원의 자질이나 책임감과 관계없이 좋은 팀을 꾸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최고의 팀이 되기 위해서는 일단 안정감이 필요하다. 만약 팀원 중에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거나, 노력하지 않으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
제주 BOOK카페 이 책의 저자 김유경은 미술치료를 연구해왔다. 저서 중에 (학지사, 2014)가 눈에 띈다. 기억의 색을 찾아 그림으로 복원하는 것은 아픔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이 책은 북촌리에서 4ㆍ3을 겪은 이영자의 기억을 스케치북에 담은 책이다.1934년생인 그는 1949년 1월 17일 북촌초등학교에 영문도 모른 채 마을 사람들과 함께 모였다. 군인은 민보단 책임자를 먼저 총살하고, 이어 기관총을 난사했다. 그리고 주민 수십 명씩 근처 밭으로 끌고 가 다시 총살했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