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BOOK카페 < 24 >계간 《제주작가》 편집 간사를 한 적이 있다. 간사가 하는 주된 일은 원고를 취합하는 일이다. 그때 유일하게 원고지에 원고를 써서 보내오는 사람이 있었다. 민속학자 심우성이다. 솔직히 그때는 내가 민속학에 과문해 그가 어떤 인물인지 잘 몰랐다. 뒤늦게 그의 연구서를 접하며 그의 곧은 글씨체가 떠올랐다.학자는 다른 지역으로 거처를 옮기면 그 지역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되는가 보다. 석주명은 경성제국대학 생약연구소(현재는 서귀포시 영천동에 있는 제주대학교 아열대농업생명과학연구소)에서 근무할 때 생물학뿐만 아니
대학생은 원하는 직장에 가기 위해 노력한다. 대학 강의에서 높은 학점을 받는 것은 원하는 직장에 가기 위한 노력 중 하나다. 이를 위해 노력 대비 높은 학점을 받는 강의인 ‘꿀강’을 많이 선택한다. 이런 선택은 강의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치를 볼 기회가 줄어들 수 있음을 시사한다.대학교는 강의를 통해 학습한 지식을 활용하여 개인 또는 사회 문제를 논리적 사고를 통해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는 곳이라 생각한다. 전공 강의는 본인 학과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 배우며 선택은 제한적이다. 교양 강의는 본인 학과에 제약받지 않고 자유롭게 선택할
TV 채널을 둘러보다 우연히 DMZ에 대한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지뢰 사고가 날 수도 있습니다. 절대 흙이나 풀을 밟지 마세요.” 라는 멘트와 영상 안의 도로는 여느 농촌 풍경과 다르지 않지만 곳곳에 ‘지뢰’ 표지판이 스쳐 지나갔다. 그 때의 내 나이는 중학교 2학년, 한창 사춘기에 접어들 시기였다.그 때의 나는 몰랐다. DMZ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대학생이 된 지금의 나는 중학교 때의 나와 별반 차이나지 않았다. DMZ는 그저 단순히 “비무장지대”라는 것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랬던 나는 제주지역
얼마 전 ‘심심한’이라는 단어가 화제가 되었었다. 심심한 사과에서의 ‘심심한’은 ‘지루하고 재미가 없는’이 아니라 ‘매우 깊고 간절한’이라는 의미이지만 많은 이들이 의미를 잘못 이해하여 논란이 커졌었다.이와 유사하게 ‘금일’을 금요일로, ‘사흘’을 4일로, ‘고지식’을 고(高)지식으로 오독하는 사례도 흔하다. 1년 전 강의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설문 내용 중 ‘기성세대’의 뜻을 몰라 따로 질문하는 학생도 있었다.그러니 학교 현장에서 교과 개념이나 난이도 이전에 단어의 뜻을 몰라 교과서를 올바로 읽지 못하고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지금도 졸업식을 맞이할 때면 어릴 적 듣고 불렀던 그 노래 구절이 저절로 떠오른다. 당시만 하더라도 초중고 졸업은 일종의 혜택이었다.제주대학교가 2022학년도 전기 수여식을 통해 학사 1454명, 석ㆍ박사 305명 총 1759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그 속엔 다양한 인생 경험과 각기 다른 사연들 또한 존재할 것이고, 앞으로의 세상사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에 대한 고민도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을 묵묵하게 거쳐 온 졸업생들에게 깊은 경의와 격려를 표한다. 그
‘시작과 끝, 끝과 시작’ 두 개의 단어는 완전히 상반된 방향을 가리키고 있지만 누구보다 서로 얽히어 상호 연결돼 있다. 시작이 있다는 것은 끝이 있다는 것이며, 끝이 있다는 것은 시작을 했다는 것이다. 2023년 계묘년의 해가 도래했다. 누군가는 졸업을, 누군가는 입학을, 누군가는 퇴임을, 누군가는 위임을 받는 그 절묘한 끝과 시작점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끝과 시작 그 교차점에 서 있는 지금 수많은 걱정과 불안이 스쳐지나갈 것이다. 자신이 한 일이 끝났음을 자각하고 아쉬워 할 수도, 새로운 시작을 두려워 할 수도 있다. ‘내가 새
6년 전이다. 30대 대학 강사인 김만섭은 라는 책을 펴냈다. 시간강사가 처한 고용 불안과 저임금 지식 노동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이 책은 출간 당시부터 화제가 됐다. 당시만 해도 시간강사는 직장 건강보험도 교원 지위도 적용되지 않았다. 대학원생을 포함해 대학 사회의 불공정한 갑을 관계를 정면으로 다룬 이 책이 발표된 지도 벌써 6년이 넘었다. 그 사이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보장하고 1년 이상 임용, 3년까지 재임용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시행되었다. 일명 강사법 개정으로 강사의 교원
제주 BOOK카페 < 23 >어렸을 때 조수웅덩이에서 놀았다. 그곳이 조수웅덩이인 줄 몰랐다. 그때 자주 봤던 물고기가 범돔과 베도라치라는 걸 이 책을 보고서야 알았다. 범돔은 호랑이 무늬를 지니고 있어서 그렇게 부른다. 범돔을 보면 남태평양 바닷속이 떠올라 범돔 따라 꿈꾸듯 잠수를 하곤 했다.바위게가 나타나면 숨바꼭질이 시작되었다. 바위게는 바위 틈 사이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고, 어린 우리는 고사리손을 집어넣었다. 서로 바둥대며 옥신각신 줄달음질을 했다. 옆으로 기어가는 게가 재미있어서 우리도 따라 흉내 내며 웃었다. 어른들은 바
제주를 떠나는 청년들이 해마다 꾸준히 늘면서 코로나19 이후 2019년 17만6,000명, 2020년 17만3,000명, 2021년 16만9,000명으로 3년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제주도의 청년인구 부족이 불러오는 문제점은 정책, 기업, 개인적 측면에서 다양하다. 청년의 인구 부족은 정책 추진에 있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어렵고 이는 불평등 혹은 소외되는 정책이 나타나는 문제를 야기한다. 기업적 측면에서는 필요한 인원이 부족하여 사업을 확장하거나 사업 운영에 불편함을 겪게 된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이러한 문제점은 제주도의 취업
오늘도 어제와 같았다. 계속 같은 자리를 도는 시계바늘처럼, 앞을 향해 달려가지만 여전히 제자리를 돌고 있는 느낌이 들 때,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불안할 때가 있다.초등학생 시절 장래희망을 적는 칸에 대통령이라고 적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만나 내 꿈은 대통령에서 선생님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나라를 지켜주는 군인을 보곤 대통령에서 선생님으로, 선생님에서 군인으로, 매순간은 내 꿈이 됐고 유년시절의 나는 꿈을 말하는데 막힘이 없었다.하지만 나이가 들고 성인이 되자 꿈은 그저 꾸는 것만이 아닌 좇아야 하는 것이 됐다. 뜬
개교 70주년을 맞은 국립 제주대 곳곳에서 치열하게 펼쳐졌던 학생자치기구 총선거가 마무리됐다. 특히 4년 만에 경선으로 진행된 총학 선거는 학교 밖에서도 관심거리였다. 외부자이지만 동문으로서 선거공약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당선된 어울림 총학은 다양성을 포용하는 총학, 소통하는 총학, 행동하는 총학이란 포부를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시험기간 2주간 주차비용 할인 등 학생들을 위한 체감형 공약에서부터 총학 집행부 공개 모집과 월별 활동 브리핑과 4·3연대국 신설 등을 제시했다.80년대 중반 총학생회 직선제 부활과 함께 87년 6월 항
최근 도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가 충격적이다. 제주도가 다양한 청년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정작 10명중 8명은 관련 정책을 모른다는 내용이다. 그야말로 정책은 일방통행이고, 대학생들에게는 관심 밖인 동상이몽(同床異夢) 형국이다.제주특별자치도의회와 (사)제주지방자치학회가 지난 11월 25일 제주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세미나실에서 ‘제10회 대학생 차세대 정책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제주대 행정학과 학생들이 도내 대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청년 일자리 정책 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그 중 현재 제주도에서 시
2022년의 끝에 다다랐다. 설레는 마음으로 연말을 준비하며 나에게 올해는 어땠을까? 떠올려본다. 올해 초에 세운 새해 목표를 되짚어보기도 하고 아직 이루지 못한 목표를 언제 이룰지도 고민한다.하지만 연말에 대한 설레는 마음도 잠시 올해를 돌아보면 정신없이 살아왔다는 생각뿐이다. 그리고 여전히 일 하나를 끝내면 새로운 일 시작하기를 반복하며 정신없이 살고 있다.이럴 때마다 ‘바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건가?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던져본다. 고등학생 때부터 나는 ‘미래를 생각하지 말고 당장 할 일부터 하자’
필자가 제주대학교에 재학했던 시절 해양과학대학에 다녔던 친구들이 부러웠던 이유가 있었다.다른 단과대학과 달리 해양과학대학은 장학금 혜택이 좋았고, 학부생이 여러 연구과제에 참여해 취업에 유리했다. 또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는 다양한 길도 열려 있었다.당시 해양과학대학 졸업생들은 건설ㆍ토목ㆍ환경 분야는 물론 해상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관ㆍ기업에 다수가 취업했다. 남들이 부러워했던 한국전력 계열사인 한국남부발전ㆍ한국중부발전에도 입사했다. 공부를 더 하고 싶었던 친구들은 대학원에 진학했고, 해외 유학의 기회도 얻었다.이처럼 해양과
제주 BOOK카페 < 22 > 이 책은 전국의 예순다섯 오일장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하지만 시장 구경은 핑계다. 저자의 발길은 어느새 식당으로 간다. 제철 식재료로 사용하는 지역 식당을 소개한다. 이 책을 읽노라면 나도 따라 전국 오일장 여행을 하고 싶어진다. 오일장을 중심으로 맛 따라 여행을 생각하면 입안에 침이 고인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순두부 속에 째복이 실하게 들어 있는” 매운 순두부를 먹을 수 있는 강원도 양양 양양순두부, “장흥에서만 200Km 운전하고 다닌 피곤함을 매콤히 밀어낸” 맛의 아귀 불고기가 있는 전남 장
요즘에는 OTT 서비스로 쉽고 빠르게 누구나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다. 영화뿐만이 아니라 예능, 드라마 혹은 애니메이션 들도 한 달에 싸게는 몇 천원, 비싸봤자 만원에서 이만원 정도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몇몇 OTT 서비스들은 처음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짧게는 일 이주 길게는 한 달 정도 무료이용권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렇게 OTT 서비스가 발전해 가면서 반대로 영화관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영화관 이용이 줄어들게 될 때 사람들은 쉽게 접할 수 있는 OTT를 찾았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가 많이 완화되고
11월 17일 치러진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에서 영역별로 1등급 원점수 기준(커트라인)은 불수능이었던 지난해보다 다소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입시업계에선 대학별 정시모집 합격선은 이전해보다 다소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시험을 잘 치고 좋은 점수를 받아도 원하는 대학에 가기 점점 힘들어지는 것이 실상이다. 하지만 ‘인서울’을 원하는 수험생 모두가 그 꿈을 이룰 수는 없다.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으로 지방대는 신입생 정원조차 채우기가 쉽지 않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입학한 뒤에 스스로 학교를 그만두
10ㆍ29 참사(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어처구니 없는 비극이었다. 대형 화재ㆍ교통사고가 난 것도 아니고 누가 폭력을 휘두른 것도 아니었다. 좁은 골목길에 사람들이 뒤엉키면서 압사하는, 날벼락 같은 일이 21세기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벌어졌다.지금까지 158명이 사망하고 196명이 다쳤다. 희생자의 상당수가 미처 꽃 피우지 못한 청춘인 탓에 국민들은 가슴이 더욱 아프다. 자식을 가슴에 묻는 참척(慘慽)의 고통을 겪는 부모가 많아 국민적인 트라우마의 강도가 높다.2014년 일어난 세월호 참사가 오버랩 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국가
청년에게 취업 시즌은 힘겨운 시간이 된 지 오래다. 요즘은 취업 시즌이란 말이 무색하게 대규모 공채가 사라지고 소규모 수시ㆍ경력직 채용이 늘어서 대학 졸업생에게는 더욱 가혹한 시간이 된다.수십 개 기업에 원서를 넣고 몇 개 기업의 서류 전형에 통과하면 스펙 관리를 잘했다는 말을 듣는다. 서류 전형에 통과했어도 남은 관문이 만만치 않다. 최근에는 기업마다 AI 면접 등 새로운 전형이 등장하고, 인ㆍ적성 검사 등 기업마다 실시하는 전형을 통과해야 면접 기회가 주어진다. 이러니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대기업 취업이 어렵다는 말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영화 스파이더맨에 나온 대사 중 하나이다. 영화 속에서 큰 힘이란 말그대로 힘을 뜻하겠지만 현실세계에서의 힘은 권력이 될 수도, 자리가 될 수도 있다. 자신이 한 선택, 그 선택으로 얻은 본인의 자리와 권력에는 당연코 ‘책임’이 뒤따른다. 학생자치기구 역시 그러하다. 11월 16일 2023학년도 총학생회 선거가 진행됐다. 4년 만에 진행되는 경선에 많은 학생들이 선거 결과에 주목했다. 그러나 선거로부터 하루가 지난 17일에도 공식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개표 과정에서 중복투표가 발견됨에 따라 개표가